문재인 만난 이재명, 검찰 수사 속 단일대오 강조…“검찰 수사는 정치 탄압”
이재명 “대통령 가족 수사, 정치적, 법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정치 탄압”
문재인 “부울경, 지난 총선에서 45% 득표…당이 더 관심 갖고 활동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를 ‘정치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한 준비를 강조하면서 부산·울산·경남에 당이 더 관심을 갖고 활동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표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이 대표와 지도부는 이후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예방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등 대통령 가족에 대해 현 정부가 하는 (수사)작태는 정치적, 법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정치 탄압이고 한줌의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나와 가족이 감당할 일이지만 당에 고맙게 생각하며 당당하게 강하게 임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진행됐던 ‘검찰 개혁’이 미완으로 그친 데 대해서도 공감하면서 “검찰권과 검찰 수사가 흉기가 되고 정치보복 수단이 된 현실에 개탄하고 공감”했다고 조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적극 비판하면서 ‘대 검찰 공동전선’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당내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의 갈등 원인이었지만 검찰 수사가 문 전 대통령을 향하면서 양측이 공동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 연출됐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이재명 2기’ 체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힘을 실었다. 조 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 중심으로 당이 강하고 일사분란하게 결집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면서 “내부 분열을 만드는 가짜뉴스에 잘 대응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이 대표는 갈등하거나 분열하는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통합의 메시지가 나올 수 없다”면서 “(양측 사이를 갈라놓는)이간질에 대해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공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변인은 가짜뉴스의 사례로 문 전 대통령이 박찬대 원내대표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를 요청했다는 일부의 주장을 들었다. 조 대변인은 “분명히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며 “이런 가짜뉴스가 당을 분열시킨다”고 주장했다.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는 조국혁신당이 요구하는 사안이어서 문 전 대통령이 조국혁신당을 돕는다는 주장이 민주당 일각에서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가짜뉴스라며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에 힘을 싣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만남에서 당이 부울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재집권을 위해 지지층의 기반을 넓히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면서 “특히 부울경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45%를 득표해 당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활동한다면 더 큰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부산에서 단 1석을 얻는 데 그치는 등 참패 수준의 결과를 얻었다. 부산시당 등 일각에서 득표율 상승 등을 근거로 당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졌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핵심 지역현안에 대해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민주당 지도부가 가덕신공항 건설 등 부울경 현안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함께 사는 세상’ 꼭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조 대변인은 권양숙 여사가 이 대표를 향해 “식성도 그렇고 노 전 대통령과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