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원도심 계단에 ‘신작 소설’ 새긴다
전국에 상금 내걸고 문학 작품 공모
노후 계단 정비하며 신작 새길 예정
부산 동구 초량동 낡은 계단에 단편 소설 등 새로운 문학 작품을 새기는 사업이 추진된다. 상금 수천만 원을 내걸고 공모로 선정한 짧은 신작을 종이책이 아닌 원도심 계단에 최초로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노벨 문학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한국 문학을 이례적인 방식으로 공개하면 원도심 주민과 국내외 관광객 등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단 기대가 나온다.
부산 동구청은 ‘신작 문학 작품을 품은 동구 이바구 계단’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내년 상반기 동구 주민을 포함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신작 소설 등 문학 작품을 공모하고, 선정된 작품을 하반기 중 초량동 계단에 선보이는 방안이다.
원도심에 오래되거나 파손된 계단을 정비하면서 문학이 담긴 한 권 책처럼 새롭게 단장하는 게 목표다. 동구청은 계단이 많은 동구 초량동 YMCA 건물 일대 등을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다.
낡은 계단에 문학 작품을 담는 프로젝트는 올해 7월 ‘2025년 부산시 지역협치형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선정됐다. 부산시에서 내년에 1억 원 지원을 확정하면 문학 신작을 새긴 디자인 타일과 판석으로 노후 계단을 정비할 예정이다. 동구는 문학 작품 공모전을 진행하기 위해 상금으로 3000만 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동구청은 이례적인 방식으로 공개할 문학 작품을 색다른 관광 콘텐츠로 거듭나게 만들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계단에 새겨질 작품은 당분간 종이책 등으로 출간하지 않아 희소성을 높일 계획이다. 화제가 될 작품을 선정하면 새로운 명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소설가 한강이 지난 10일 노벨 문학상을 받은 후 한국 문학 열풍이 다시 뜨거워진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동구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문학 작품을 새길 후보지를 추리고 있는데 계단 개수에 따라 공모로 선정할 작품 길이가 달라질 수도 있다”며 “단편 소설이 아닌 다른 장르 문학이 계단에 새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노후 계단 정비는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뿐 아니라 미관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며 “특색 있는 계단을 만들어 책과 문화가 있는 ‘관광도시 동구’로 초석을 쌓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