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합동 거버넌스로 지진 극복한 크라이스트처치 [도시 회복력, 세계서 배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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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 도시 무너뜨린 지진에서 일어서다

정부 지진보험과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으로 도시 재건 성공
도시 재설계에 시민 적극 참여…협치 안된 건물(대성당)은 아직 보수중

2011년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당시 무너진 CTV 빌딩 모습. CTV 빌딩 붕괴에서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진: 그랜드 아미쇼(Grant Armishaw), 발행(저작권):뉴질랜드 국방부(New Zealand Defence Force), 출처:퀘이크스터디스 아카이브(QuakeStudies Archive) 2011년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당시 무너진 CTV 빌딩 모습. CTV 빌딩 붕괴에서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진: 그랜드 아미쇼(Grant Armishaw), 발행(저작권):뉴질랜드 국방부(New Zealand Defence Force), 출처:퀘이크스터디스 아카이브(QuakeStudies Archive)
2024년 현재 CTV 빌딩 현장. 지진추모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김종우 기자. 2024년 현재 CTV 빌딩 현장. 지진추모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김종우 기자.
2011년 당시 지진 피해를 입은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모습. 촬영:기니 라슨(Ginny Larsen) 발행:뉴질랜드 문화유산부(Ministry for Culture and Heritage) 저작권:Creative Commons BY-NC-SA 3.0 출처:퀘이크스터디스 아카이브(QuakeStudies Archive) 2011년 당시 지진 피해를 입은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모습. 촬영:기니 라슨(Ginny Larsen) 발행:뉴질랜드 문화유산부(Ministry for Culture and Heritage) 저작권:Creative Commons BY-NC-SA 3.0 출처:퀘이크스터디스 아카이브(QuakeStudies Archive)
크라이스트처치 중심업무지구에 건설된 주요 빌딩 모습. 2011년 지진 이후 중심업무지구가 첨단 시설과 빌딩으로 재탄생했다. 김종우 기자. 크라이스트처치 중심업무지구에 건설된 주요 빌딩 모습. 2011년 지진 이후 중심업무지구가 첨단 시설과 빌딩으로 재탄생했다. 김종우 기자.
크라이스트처치의 명소인 리버사이드마켓. 지진 복구 과정에서 지역 상권 회복을 위해 건설됐으며 현재는 하루 평균 1만 명이 찾는 인기 시설이 됐다. 김종우 기자. 크라이스트처치의 명소인 리버사이드마켓. 지진 복구 과정에서 지역 상권 회복을 위해 건설됐으며 현재는 하루 평균 1만 명이 찾는 인기 시설이 됐다. 김종우 기자.
지진 피해를 입었던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의 현재 모습. 재건 방식을 놓고 여론이 분열되면서 공사가 지연됐고 현재는 공사가 중지된 상태다. 김종우 기자. 지진 피해를 입었던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의 현재 모습. 재건 방식을 놓고 여론이 분열되면서 공사가 지연됐고 현재는 공사가 중지된 상태다. 김종우 기자.

2011년 2월 22일 낮 12시 51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진도 6.3의 지진이 발생했다. 2010년 9월 4일 발생한 진도 7.2 지진의 여진이었다. 진앙이 도심에 가까웠던 2011년 지진으로 185명이 사망하고 수천여 명이 다쳤다. 건물 피해도 수천여 채에 달했다.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 크라이스트처치는 전체 시가지를 새로 건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방문한 2024년 8월 크라이스트처치에 보수중인 건물은 극소수였다. 도심 대부분은 깔끔한 ‘신도시’로 변모했고 주민들은 “지진이 난다면 가장 안전한 도시”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얼마나 회복했나

크라이스트처치를 포함한 뉴질랜드 남섬 캔터베리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의 피해 금액은 뉴질랜드 보험협회 추산 약 400억 뉴질랜드 달러(한화 약 33조 원, 이하 뉴질랜드 달러 기준, 뉴질랜드 GDP의 20%)에 달했다. 도시기반 시설 대부분이 기능을 잃었고 지진에 따른 ‘지반 액상화’로 다수 주택이 진흙에 묻혔다. 1953년 이후 전세계 지진 가운데 다섯 번째로 강력했던 지진은 크라이스트처치를 초토화시켰다.

2024년 9월 크라이스트처치는 ‘신도시’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지진 당시 진입경계선이 만들어졌던 크라이스트처치 중심업무지구에는 신축 건물이 줄지어 들어섰다.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총생산은 2012년 전년 대비 3% 이상 감소했으나 2013년 곧바로 반등했고 이후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크라이스트처치를 대표하는 국립 캔터베리 대학교의 학생 수는 2013년에 2010년 대비 22%나 줄었으나 이후 계속 증가해 2020년에는 지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어떻게 회복했나

크라이스트처치 재건의 핵심은 ‘재원’ 문제였다. 도심 건물 대부분은 철거돼야 했고 사회기반시설도 재건이 필요했다. 도시를 사실상 새로 만들기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필요했다.

크라이스트처치 재건 사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국가 보험이었다. 특히 뉴질랜드 자연재해 보험기구인 지진위원회(Earthquake Commission, EQC)가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지진 위험이 높은 뉴질랜드는 1993년 EQC법을 제정, 개인 주택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자동으로 EQC 보험에 가입하도록 강제했다. 뉴질랜드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주택보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택이 EQC에 자동 가입된 상태였다.

EQC는 지진 피해 주택에 대해 30만 달러의 보장한도 내에서 우선 보험금을 지불했다. 한도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 민간 보험회사와의 별도의 보험계약을 통해 보상이 이뤄졌다. 크라이스트처치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지진 당시 EQC의 보험금 지급은 큰 어려움 없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민간보험사들도 대규모 보험금을 지급했다. 뉴질랜드 보험협회에 따르면 민간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은 210억 달러에 달한다.

뉴질랜드 중앙정부도 막대한 지출을 부담했다. 뉴질랜드의 ‘지진복구부’에 따르면 크라이스트처치를 비롯한 캔터베리 지역 복구에 사용된 중앙정부 자금은 100억 달러 안팎의 EQC 보험금을 포함해 165억 달러에 달한다. 뉴질랜드의 엄격한 보험 정책과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 크라이스트처치를 신도시로 바꿔놓았다.


■민관 합동 거버넌스

크라이스트처치 재건 사업에는 민관 합동 거버넌스가 작동했다. 도시 재건 방향을 결정하는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물론 지역 주민들도 적극 참여했다. 리엔 달지엘 전 크라이스트처치 시장은 “도시 재건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공청회에 수백~수천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재건 사업에서 민관 합동 거버넌스의 중요성은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의 사례에서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중앙에 위치한 대성당은 지진 피해를 입은 뒤 재건 방식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대성당을 철거하고 현대식으로 건축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원형 그대로 복원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갈등을 겪었다. 결국 법정공방 끝에 대성당의 원형 복원이 추진됐으나 폭증하는 비용 부담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결국 올해 8월 뉴질랜드 재무부가 더 이상 정부 재원을 투입할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 2020년 시작된 재건 공사는 다시 중단됐다. 이는 재건 사업에서 여론 분열에 따른 사업 지연을 보여주는 사례로 완벽하게 재건에 성공한 크라이스트처치 중심업무지구와 극단적인 대조를 이룬다.

크라이스트처치의 지진 복구 사업은 부산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특히 지역 재건을 위한 중앙정부의 아낌 없는 지원과 일반 시민을 비롯한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는 부산이 따라야할 모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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