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법과 안보 질서 해치는 북한군 러 파병 규탄한다
전쟁 범죄에 가담, 위험천만한 도발
북러 밀착에 대해 국제사회와 공조를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규모 정예병력을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20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특수부대 4개 여단 1만 2000여 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긴급 안보 회의를 주재해 대책을 논의했다. 북한이 파병하는 부대는 우리 군의 특수전사령부와 유사한 부대로 ‘폭풍군단’으로 불린다. 북한은 과거 베트남이나 중동에 전투기 조종사나 군사고문단을 파견한 적이 있지만, 이번과 같은 대규모 지상군 파병은 처음이다. 전례 없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은 국제법과 세계 안보 질서를 심각하게 해치는 행위인 만큼 강력히 규탄할 수밖에 없다.
유엔 총회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한 바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 아동과 부녀자 등 민간인을 잔인하게 학살한 혐의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3차 세계대전 가능성을 언급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다. 국제법상 국가 간 파병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허용된다. 그러나 이번 북한군 파병은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국제법상 허용되지 않는 행위이다. 북한이 이러한 전범 국가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하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전쟁 범죄에 가담하는 위험천만한 도발이다.
러시아를 돕기 위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은 지난 6월 북한과 러시아가 상호 군사 원조 조항을 복원하는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북러 조약)’을 체결한 지 4개월 만이다. 북한이 파병을 결정한 배경에는 북러 군사 협력 강화와 함께 현대전 경험을 쌓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파병을 통해 노골화된 북러 밀착도를 혈맹 수준으로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북핵에 대한 러시아의 엄호 역할도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병력을 제공받은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제재를 무시하고 북한이 원하는 것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평화와 대한민국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취해야 할 대응은 명확하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를 통해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확장 억제를 강화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미일 3국 주도로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할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을 최근 출범시킨 것은 바람직한 조치다. 북한은 아직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지 못했고 군사 정찰위성 능력도 초보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북러의 혈맹 관계가 강화되면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ICBM 등 첨단 무기 기술을 이전받을 수도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 북러 군사 밀착 동향을 면밀히 추적·감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