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비, 부산 교통카드 ‘영구 사업권’ 주장 논란
“2007년 사업권 인수 때 보장”
마이비, 사업자 공모 철회 요구
시, 법리 검토 후 진행 여부 결정
27년간 한 업체 독점 문제 노출
신기술 등 서비스 혁신 뒤처져
속보=부산시가 교통카드 정산 시스템을 운영할 새 사업자 공모를 추진하자 현 사업자인 (주)마이비가 ‘영구 사업권’을 주장(부산일보 10월 14일자 3면 등 보도)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 교통카드 시스템은 구축 이후 27년 넘게 단일 사업자 체제로 운영되다보니 신기술 도입이 더디고, 서비스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시가 적극적으로 경쟁 체제를 도입해 서비스 혁신을 유도함으로써 시민 편익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부산시와 대중교통업계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발표한 ‘부산형 대중교통 혁신 방안’에 따라 교통카드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와 인천 등 전국 지자체들은 택시 호출 서비스, 비접촉식 결제 시스템(태그리스), 통합 교통수단 예약·결제 같은 첨단 모빌리티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은 여전히 전통적인 요금 징수 시스템에 머물러 있어 시민 편익이 뒤떨어진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시는 내년 8월 현 사업자인 마이비와의 협약 기간 종료를 앞두고 새 교통카드 사업자 선정 공모를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첨단 모빌리티 혁신 기술을 대중교통과 연계하고, 빅데이터 기반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부산형 통합모빌리티 서비스(MaaS)를 제공해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 편익을 높이고, 44% 수준인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이비가 사업권을 주장하며 시에 공모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마이비 측은 2007년 부산하나로카드(현 마이비)가 교통공사와 부산버스운송사업조합으로부터 170억 원에 사업권을 인수한 만큼 사업권은 마이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에는 사업자를 공모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사업권을 영구 보장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막대한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대중교통 체계의 중요한 시스템이 특정 기업에 종속돼야 한다는 것이어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비가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맥쿼리자산운용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대중교통 시스템 혁신이나 재투자에 소극적이더라도 시로서는 별다른 제재나 감독을 할 수 없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시는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적자 보전을 위해 올해만 5841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마이비의 기업 지배권이 맥쿼리로 넘어간 것 역시 현재의 독점구조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비 측 주장은 통상적인 지자체 민간 위탁 용역사업 계약 방식과 비교해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방계약법상 2000만 원 초과 계약은 원칙적으로 공개경쟁 입찰에 부치도록 하고 있고, 계약 기간도 한정한다. 마이비가 부산에서 교통카드 정산 사업을 통해 얻는 매출은 한해 200억 원 내외인 것으로 추정된다. 시가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을 통해 위탁 운영하는 행정포털 시스템도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다.
실제 전국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교통카드 사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서울시는 교통카드 사업자 선정 권한을 행사해 앞으로는 의무 갱신이 아닌 공모를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 1월 수도권 광역전철 교통카드 정산 사업자 공모를 통해 기존의 티머니에서 ‘이동의즐거움’으로 사업자를 변경했다. 이동의즐거움은 마이비의 모회사로, 맥쿼리가 소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와 마이비가 체결한 그간의 협약 내용 등을 토대로 마이비 측 주장 등에 대해 법리 검토를 진행한 뒤 공모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