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일본에 듣는다②]“토큰증권·스테이블 코인, 혁신은 정부의 뒷받침”
프로그마 유스케 타케자와 CSO 인터뷰
토큰증권 활용 스타트업 육성 정책 참여
지난해 6월 개정 ‘자금결제법’ 시행
스테이블 코인 전자결제수단 정의
기업 간 결제 시장 연간 1000조 엔 전망
※편집자 주-토큰증권 등 디지털 자산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뜨겁다. 그러나 실상은 입법이란 문턱을 못 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금융 경쟁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반면 ‘코인쇄국’으로 불리던 일본은 디지털 자산 시대를 발 빠르게 맞이하고 있다. 오는 28일과 29일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BWB)2024에서 연사로 나설 5명을 통해 일본의 디지털 자산 현황을 조망해 본다.
“프로그마는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금융 서비스 발전과 웹(Web)3 영역의 실물 경제를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시장의 큰 변혁을 지향한다.”
일본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 프로그마 유스케 타케자와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향후 회사가 발행할 스테이블 코인의 활용 방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프로그마는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미쓰비시금융그룹(MUFG)으로부터 지난해 10월 분사 이후 미쓰이 스미토모 파이낸셜그룹, 미즈호 파이낸셜그룹, 일본거래소 그룹, SBI그룹 등이 출자해 운영 중인 토크나이제이션(토큰화) 플랫폼 기업이다.
프로그마는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의 토큰증권을 활용한 스타트업 육성 정책에도 함께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스타트업 투자를 10조 엔(한화 약 91조 원)까지 늘리겠다는 내용의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계획안에는 개인투자자 확대를 위해 소액의 토큰증권에 연계된 자산의 대상을 부동산과 회사채 외에도 ‘벤처캐피탈(VC)’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맞춰 프로그마는 지난 1월 MUFG 등 30여 개 기업들과 스타트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협의체를 창설했다.
이들 협의체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VC 펀드에 대한 소액 투자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개인투자자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투자 접근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펀드 조성에는 프로그마와 MUFG를 비롯해 일본 최대 온라인 증권사인 SBI증권, 오사카디지털자산거래소(ODX) 등 일본 내 굵직한 기업들이 대거 참가하고, 일본 내각부 정책 당국도 관찰자로 참여한다.
타케자와 CSO는 “(일본은 토큰증권 관련) 법적 틀이 존재함에 따라 여러 기업에서 블록체인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톱티어 기업도 실제 결제에서의 활용 검토에 임하는 구체적인 검토가 진행되고 있어 토큰증권 시장에 단기적으로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프로그마는 엔화를 포함한 다수 법정통화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 발행도 추진하고 있다. 프로그마가 스테이블 코인 등을 발행할 경우, MUFG의 고객까지 잠재적 수요자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일본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발행되면 일본 내 기업 간(B2B) 결제 시장은 연간 1000조 엔(약 9160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나 국제 상품 등을 담보자산으로 삼아 가격이 크게 변동하지 않도록 설계된 전자결제 수단이다.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지만, 가격 변동이 크지 않아 결제나 송금 등 상호 교환이 용이하다는 게 특징이다. 미국 달러와 가격이 1대1로 고정된 테더(USDT), USD코인(USDC) 등의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도 국제 송금 등에 사용되고 있다.
타케자와 CSO는 “연내 새롭게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시스템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최근에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국제간 결제 기반 구축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 ‘팍스(Pax)’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마가 토큰증권은 물론 스테이블 코인에도 적극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은 일본 정부와 관련 법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스테이블 코인을 규제하는 개정 ‘자금결제법’이 통과됐다. 일본 금융청(FSA)은 2022년 12월부터 충분한 자산 보존을 조건으로 해외 발행 스테이블 코인 취급을 허용하는 내각부령 등 개정 절차를 진행한 이후 지난해 6월 1일부터 관련 법이 시행됐다.
반면 국내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을 규제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스테이블 코인이 한국 금융·외환시장과 통화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스테이블 코인의 대안이란 입장이다.
그럼에도 타케자와 CSO는 우리나라가 디지털 자산 산업에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토큰증권 시장은 아직 성장 단계이므로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를 통해 한일 간 시장 확대를 함께 추진할 것”이라며 “아이티센은 한일 양국의 연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회사로, 앞으로도 다양한 영역에서 연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IT 전문기업 아이티센은 지난 8월 일본에서 첫 해외기업으로 프로그마가 주도 중인 ‘디지털 자산 공동 창작 컨소시엄’에 합류한 바 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