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들어본 그 아파트 [키워드로 트렌드 읽기]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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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블랙핑크 로제가 18일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협업으로 싱글 '아파트'(APT.)를 발매했다고 소속사 더블랙레이블이 밝혔다. 사진은 로제와 브루노 마스. 연합뉴스 걸그룹 블랙핑크 로제가 18일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협업으로 싱글 '아파트'(APT.)를 발매했다고 소속사 더블랙레이블이 밝혔다. 사진은 로제와 브루노 마스. 연합뉴스

그룹 블랙핑크의 로제가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듀엣한 싱글 '아파트(APT.)'가 미국·영국에서 대중음악 차트 상위권에 빠르게 진입하는 등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아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아파트 아파트"를 반복하며 마치 '3·6·9 게임'을 연상시키는 친숙한 도입부 리듬과 함께 귀에 꽂히는 멜로디가 강렬하다. 한국의 술자리 친목 놀이인 '아파트 게임'을 소재로 삼았지만, 더욱 가까워지고 싶은 연인 사이에 빗대 풀어낸 노랫말도 재치있다. 아파트의 인기 덕에 로제가 유튜브 채널에서 김치볶음밥과 함께 소개한 '소맥' 문화도 주목 받았다.

한국 내에서도 1982년 윤수일이 발표한 원조 '아파트'가 재조명 받으면서 여러 음원 사이트에서 스트리밍 횟수가 급증하는 등 역주행 조짐도 보인다. 원래 윤수일의 아파트는 신나는 록 장르의 밴드 연주와는 반대로 군인인 화자가 해외로 이민을 가버린 연인의 집 앞을 서성인다는 씁쓸한 이야기를 담은 가사 내용이다. 하지만 40년 넘는 세월동안 "으쌰라 으쌰"로 대표되는 추임새와 함께 사실상 '국민 응원가'로써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은 제목만 같은 두 노래를 '구축'과 '신축'에 비유하면서, 두 곡을 섞어 한 곡처럼 만든 '매시업(Mashup)' 영상에는 "40년 만의 '재건축'을 축하한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11월 말 입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11월 말 입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공교롭게도 로제의 새 '아파트'는 영국 가수 토니 베이즐이 1981년에 발표한 히트곡 '미키(Mickey)'를 '인터폴레이션(Interpolation)'한 곡이다. 원곡의 도입부인 "Oh Mickey, you're so fine" 구간의 리듬을 빌려와 재해석한 '아파트 아파트'의 반복이 듣는 사람에게는 큰 거부감 없이 익숙한 느낌을 주는 큰 이유다. 인터폴레이션은 기존 음악 작업물의 멜로디나 가사 등을 새롭게 활용하는 기법인데, 낡은 건물의 토대를 그대로 둔 채 구조나 인테리어를 뜯어 고치는 건축업계의 리모델링 과정과 비슷한 면도 있다. 다만 원작의 '사운드 레코딩'을 그대로 따와서 사용하는 '샘플링' 기법과는 또 차이가 있다.

로제의 소속사 더블랙레이블에 따르면 '아파트'의 저작자를 표시한 크레딧(Credit)에는 '미키'를 만든 마이클 채프먼과 니콜라스 친이 작곡·작사에 참여한 인물로 함께 올라있다. 하지만 일부 해외 음악을 즐겨듣던 팬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록 밴드 '더 낵'이 1979년에 발표한 명곡 'My Sharona'와의 도입부 역시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마침 이 곡의 프로듀서까지 마이크 채프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생각이 좀 달라진다. 혹시 터질지 모를 각종 표절 시비와 복잡한 저작권 소송까지 최대한 피해가겠다는 영리한 판단까지 더해진 것은 아닐까하고 말이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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