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전후 중동·북·중·러 위협 ‘비상’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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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전적 태도 이란, 긴장감 높여
전략폭격기 등 중동 추가 배치
선거 이후도 안심 못하는 상황
“취임까지 여러 시나리오 대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사전 투표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사전 투표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어느 때보다 극심한 분열 속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이란의 태도가 며칠 새 더욱 호전적으로 급변하는 등 중동 내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 여기다 선거가 끝나더라도 미 안보당국이 경계를 늦추기엔 이르다. 대선 이후 개표와 의회의 승인을 거쳐 내년 1월 20일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까지 벌어질 수 있는 내부적 혼란을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 등 적대국이 적극적으로 파고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해서다.

2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 “압도적인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는 그간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관측되던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결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미국은 긴장 고조에 발맞춰 전날(1일) 중동에 탄도미사일 방어 구축함, 전투기 대대와 공중급유기, B-52 전략폭격기 몇 대의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 중동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이 철수 준비를 함에 따라 나온 후속 조치이지만, 앞서 이스라엘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를 배치한 데 이어 전략폭격기까지 보냄으로써 전투력은 더 강화된다.

또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대통령직 인수 기간에 미국을 불안정하게 하거나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외국의 시도에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 북한 같은 나라들이 대선 이후 미국에 가할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미 정보당국과 법집행기관 역시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과 불협화음을 조장하려는 러시아 등의 책략에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고위 국방 당국자는 워싱턴포스트에 “국방부는 대선일부터 대통령 취임일인 내년 1월 20일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누가 이 시기를 이용하려고 할지 생각하고 있으며 각지의 동맹 및 파트너와 신호를 확인하는 한편 각각 다른 비상사태에 대응계획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미 안보당국의 우려는 심각한 정치적 양극화와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 초박빙 판세 속에 결과에 대한 승복이 이뤄지지 않고 투·개표 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며 혼란이 빚어질 경우 러시아 등이 이 틈을 파고 들며 허위영상 유포 등의 각종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불안한 세계 정세 역시 미 대통령직 인수 기간의 위험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미국이 두 개의 전쟁에서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맞서는 한편 북한과 이란 같은 불량 국가들의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관리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게 미 당국자 얘기다.

미 국가정보위원회(NIC)도 최근 기밀해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미 대선일 이후 물리적 폭력에 대한 위협을 증폭시킬 수 있고 폭력을 조성할 수 있는 전략들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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