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환율 부담…한은, 28일 금리 인하 불투명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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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환율, 고려요인 부각"
트럼프 재선에 美 인하 변수도
경기부진·물가안정은 인하 뒷받침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금융수장들이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부총리, 김병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금융수장들이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부총리, 김병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9월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에 이어 0.25%포인트(P) 추가 인하를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이 오는 28일 다시 금리를 낮출지 주목된다.

1%대로 안정된 물가와 0.1%에 그친 3분기 경제 성장률 충격 등이 연속 금리 인하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최근 1400원대를 찍은 원달러 환율 탓에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으로 향후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관측도 한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 연준은 6∼7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4.75∼5.0%에서 4.50∼4.75%로 0.25%P 낮췄다. 9월 19일 0.50%P 인하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뒤 두 차례 연속 금리 하향 조정이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FOMC의 2% 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FOMC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한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은 트럼프 재선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기대대로 금리를 낮추자 대체로 환호하는 분위기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각 0.74%, 1.51% 올라 다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연준이 시장의 예상대로 베이비 컷(0.25%P 인하)을 결정하면서 한은으로서는 일단 '금리 격차' 측면에서 인하의 부담이 다소 줄었다.

금리 차이가 1.75%P에서 1.50%P로 좁혀져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 수위가 조금이나마 낮아졌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 등 일각에서는 경기 하강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한은이 금리를 낮춰 민간소비·설비투자 등 내수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가 흐름도 추가 금리 인하에 우호적이다.

하지만 최근 가파르게 오른 환율은 금리 인하의 큰 걸림돌이다. 미국 대선 개표가 시작된 6일 원달러 환율은 1404원까지 뛰며 약 7개월 만에 다시 1400원대를 밟았고, 7일에도 뚜렷하게 떨어지지 않고 1400원 안팎에서 오르내렸다.

관세 인상과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 실행으로 인건비와 물가가 높아지면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고, 이 경우 기조적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치 하락)가 불가피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방향 결정 과정에서 환율 수준이 다시 고려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리스크(위험)와 성장 부진의 원인 등을 근거로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시각이 다소 우세하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성장률 충격이 수출 부진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당장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며 "금통위가 지난달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당시 이미 경기 하방 위험을 인지했을 텐데도 11월 추가 인하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메시지를 준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미국의 통화 완화 속도나 폭이 당초 시장의 전망보다 크게 축소될 수 있다는 점도 한은의 '인하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싣고 있다. 김완중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트럼프의 확정적 재정정책이나 반(反)이민 기조 등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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