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핵 자초 위헌적 계엄… 대통령 책임지고 거취 결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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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헌법적 조치 심야 강타 국민들 충격
전국 곳곳에서 “사퇴 촉구” 여론 팽배
탄핵 전에 스스로 퇴진하는 게 바람직

4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지역 장애인 단체가 주관하는 윤석열 탄핵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지역 장애인 단체가 주관하는 윤석열 탄핵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독단적 비상계엄 조치가 낳은 후폭풍이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거세다. 여권에서조차 내각 총사퇴와 국방장관 해임 요구를 후속 대응책으로 가닥을 잡고 있고, 야권에서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6당이 4일 오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통령실도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등이 일관 사의를 표명했다. 기습적 계엄 선포가 21세기 들어 사상 최악의 통치 행위였다고 보는 것이 대다수 국민 여론인데 이를 받아들인 조치들이다. 민주주의가 확고히 뿌리내린 대한민국에 이렇듯 허술한 통제 정책이 나왔다는 자체가 한국 정치사의 치욕이다. 무엇보다 향후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이 더 이상 불가능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 할 만하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일상은 물론 악화일로의 경제 상황은 더 큰 혼란에 빠져들게 됐다.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평가와 처벌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3일 밤 윤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선포한 비상계엄은 단 6시간 만에 끝났다. 이날 긴급담화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는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행위”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라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번 비상계엄 발동은 헌법에 규정된 어떤 요건에 해당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헌법에 규정된 계엄 사유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한해 군사상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로 제한된다. 대통령의 판단은 지금의 대한민국이 군사적 동원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인데, 누구도 납득하기 힘들다. 헌법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정부나 법원에 대한 특별 조치는 가능하지만 국회와 관련된 규정은 없다. 그런 점에서 국회에 대한 계엄군 투입과 의장실·여야 대표실 점거도 불법이다.

비상계엄의 실질적인 이유는 야당이 주도하는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 처리와 정부 인사들에 대한 잇단 탄핵 추진에 방점이 찍힌다. 하지만 사태의 모든 책임을 야당 탓으로 돌리는 것은 너무나 단순하고 편협한 태도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부적절한 대통령실·정부 인사에 매달린 채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해서는 진실 규명을 외면해 온 건 주지의 사실이다. 수십 차례의 거부권 행사는 삼권분립과 헌법정신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야당의 행태가 과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법과 상식의 테두리 안에서 사태를 해결하는 게 순리다. 야당을 ‘내란을 획책하는 반국가세력’이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하는 괴물’로 규정하고 비상계엄 수단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그 정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치다. 더구나 검찰 조직의 수장까지 역임한 바 있는 윤 대통령이 되레 법률적 이성을 넘어선 초법적 발상에 판단력을 잃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은 비상계엄 조치 앞에서 밤새 극심한 불안에 떨어야 했다. 주변의 몇몇 측근들과의 어설픈 논의로 나온 듯한 윤 대통령의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우발적으로 이뤄진 정치적 오판 가능성, 혹은 탄핵과 예산 독주를 보이는 야당에 대한 위력 과시용이라는 등등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윤 대통령의 위법 행위는 그에 따른 합당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국민의 뜻과 시대의 요구를 거스르는 이는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은 이제 그 자격을 상실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란죄 적용과 수사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마당이다. 탄핵이라는 최악의 국면을 맞기 전에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길을 헤아릴 줄 아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사퇴와 처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분노가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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