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의 대중-대미 수출격차 52억달러…21년 만에 최소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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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분업체계 변화·미 중심 공급망 재편 영향
미 중심 공급망 재편 가속화로 대중 수출 반등 난망
"트럼프 2.0 시대, 美와 상호보완적 교역 늘려야"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10월 미국 조지아주에 준공한 친환경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 미국법인 제공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10월 미국 조지아주에 준공한 친환경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 미국법인 제공

지난해 한국의 대(對)중·대미 수출 격차가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최소치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거치며 지난 21년간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 지위를 유지해 왔으나, 중국내 내수 부진과 중간재 자립 강화로 인해 한·중 공급망 분업 체계가 흔들리면서 대중 수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대미 투자와 수출은 동시에 늘어나는 양상이다.

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 수출은 전년보다 6.6% 늘어난 1330억 2600만 달러로, 주요 10개 지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대미 수출은 10.45% 증가한 1277억 9100만 달러로, 중국에 이어 2위였다. 대미 수출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으며, 8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국의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52억 35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003년(8억 9100만 달러) 이후 가장 좁혀진 것이다.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대중 수출이 대미 수출을 처음으로 앞선 2003년 8억 9100만 달러였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8년 894억 500만 달러로 역대 가장 컸다. 2018년 대중 수출액은 1621억 2500만 달러로, 대미 수출(727억 2000만 달러)의 2배 이상이었다. 이후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2019년 628억 5900만 달러, 2020년 584억 4900 만달러, 2021년 670억 1100만 달러, 2022년 460억 2300만 달러, 2023년 91억 2200만 달러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미국 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대중 수출은 2021년 1629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2022년 1557억 달러, 2023년 1248억 달러, 2024년 1330억 달러로 줄었다. 대중 수출은 중국이 WTO에 가입한 지 10년 만인 2010년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2015년 한·중 FTA까지 발효되면서 2021년 정점에 달했다가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증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8.2%), 반도체(+122.8%), 일반기계(+3.6%), 컴퓨터(+196.8%) 등의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내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 등 현지 첨단산업 설비 투자를 확대하면서 관련 기계류 및 중간재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도 반도체 수출 성장에 기여했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큰 소비시장을 갖춘 미국은 소비재와 인프라 투자 증가에서 기인한 IT·기계류·석유화학 등으로 수출 품목이 다변화돼 있다"며 "미국 현지 투자까지 늘면서 관련 중간재 수출이 늘어나 보다 안정적인 수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2.0 시대에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할 경우 향후 대중 수출을 확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장 원장은 "향후 미·중 갈등과 중국의 자립도 강화 움직임을 고려하면 대중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첨단산업 분업 체계와 공급망 강화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2기에도 미국과 상호보완적인 교역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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