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웹툰의 명암 그리고 AI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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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는 요즘 어린 학생들의 희망 직업 10위 안에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작가는 수억 원이 넘는 슈퍼카를 모네, 누구는 수십 억 원짜리 건물을 샀네 하는 소식이 간간이 들린다. 인기가 높으면 경쟁이 치열한 법. 웹툰 작가 되려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면서 엘리트 코스까지 생겼다. ‘웹툰 명문고·명문대’ 진학이다. 중학생 때부터 혹독한 사교육에 매달리지만, 그 코스를 밟는 이는 드물다. ‘웹툰 성지’로 불리는 청강대 웹툰 관련학과 입시의 경우 200여 명 모집에 지원자가 수천 명이다.

이런 화려함 이면에 수렁 같은 어둠이 있다. 지망생을 포함해 웹툰을 업으로 삼는 이가 수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그중 웹툰 플랫폼에 작품 연재 경험이 있는 이는 극소수다. 웹툰 명문대 졸업이 웹툰 작가로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문체부가 최근 발간한 ‘웹툰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웹툰 산업 매출액이 2023년에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섰다. 그런데 그해 한 번 이상 연재를 해 본 작가의 1년 평균 수입은 전년보다 2200여 만 원 감소한 4200여 만 원에 그쳤다. 전체 웹툰 산업 규모는 커졌는데 웹툰 작가의 수입은 오히려 대폭 줄어든 것이다. 평균적으로 1주일에 6일, 하루 10시간 이상 작업해서 그렇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번 셈인데, 그나마 연재 기회를 얻지 못한 대다수 작가들의 수입은 ‘0’에 가깝다. 그들에게 슈퍼카에 건물주는 그야말로 꿈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런 풍요 속 빈곤에 해법이 있을까. 주목되는 게 AI(인공지능)다. 채색 등 단순 반복 작업에 도움 주는 보조 수준의 AI는 이제 놀랄 게 못 된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간단한 텍스트 입력만으로 스토리를 생성해 주고 원하는 스타일로 그림도 그려 주는 AI가 개발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시장분석과 마케팅 전략까지 짜 주는 AI가 실용 단계라고 한다. AI가 웹툰을 쉽고 빠르게 만들고 잘 파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것이다. 이러니 어찌 AI를 마다할까. 이번 문체부 실태조사에서 웹툰 사업체의 27%가 현재 AI를 활용하고 있고, 앞으로 활용하겠다는 업체도 64%로 나타났다. 작가의 경우 18%가 AI 활용 경험이 있고, 36%가 활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창작성이 어떻네 저작권이 문제네 하며 걱정하는 이도 많은데, 우리 웹툰의 미래가 밝아질 수만 있다면 AI 또한 수긍해야 하지 않겠는가.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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