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가성비 전략’, 불황 속 꽁꽁 닫힌 지갑 열까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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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퍼 상품 선호도 상승세
유통기한 임박·이월 상품 판매
환율 쌀 때 구입한 연어 직배송
편의점서 1000원 이하 커피도

롯데마트는 환율 급등 전 계약한 연어 50t을 중간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각 점포에 직배송해 비용을 줄여 100g당 3000원대에 공급하다. 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는 환율 급등 전 계약한 연어 50t을 중간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각 점포에 직배송해 비용을 줄여 100g당 3000원대에 공급하다. 롯데마트 제공

계속된 고환율·고물가에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꺼리면서도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이나 전시·리퍼(중고품을 수선한 물건) 상품을 선호하는 등 불황형 소비가 늘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통업체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를 강조하며 비용 절감을 통한 가격 낮추기에 나섰다. 대형마트는 환율 상승 전 계약한 연어를 중간 유통사 없이 직배송으로 가격을 낮추고, 편의점은 8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보이는 등 ‘가성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롯데홈쇼핑은 고물가 속에 유통기한 임박 상품과 전시·이월상품 등을 초저가에 판매하는 온라인 전문관 ‘창고털이’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롯데홈쇼핑의 창고털이 상품 주문액이 연평균 45% 증가했다. 지난해 주문 건수는 전년 대비 40% 늘었다.

롯데홈쇼핑은 올해도 저렴하고 실용적인 상품을 찾는 불황형 소비가 확산할 것으로 보고 매달 200여 개의 창고털이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번 달은 방송 종료된 겨울 의류에 집중한다.

고급 패션 브랜드 안나수이의 울 재킷, 팬츠 등을 최대 79% 할인하고 모피로 유명한 진도의 고급 평상복 브랜드 우바의 머플러와 하프코트도 6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준비했다. 크레송, 제이에비뉴 등 인기 패션 브랜드 상품은 최대 80% 싸게 판다.

박재룡 롯데홈쇼핑 상품전략부문장은 “구매 결정에서 가격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가성비 높은 다양한 전시·리퍼 상품을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이달 16∼29일 노르웨이산 연어를 엘포인트 회원 대상으로 30% 할인해 100g당 3000원대에 선보인다. 노르웨이산 연어 필렛 정상가는 본래 100g당 5000원대다. 롯데마트는 3000원대 연어 행사를 위해 환율이 급등하기 전인 작년 11월 사전 계약을 통해 50여 t의 연어 원물을 준비했다. 또 항공 직송으로 받은 연어 원물을 중간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각 점포에 직배송해 물류비를 줄였다.

롯데마트는 앞서 고환율 방어를 위해 지난달 칠레산 일반 체리보다 크기가 10%가량 작은 ‘작아도 맛있는 체리’를 출시했고, 미국산 대비 5% 이상 저렴한 캐나다산 소고기를 같은 달 19일부터 일부 점포에서 시범 판매 중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1000원이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의 파우치형 ‘세븐셀렉트 착한아메리카노블랙’을 출시해 눈길을 끈다. 브라질 원두에 에티오피아 드립커피 추출액을 첨가한 이 상품은 230ml 용량으로 같은 용량의 상품에 비해 가격이 약 40% 저렴하다.

커피값이 줄기차게 오르는 ‘커피플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에 대한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자 최대한 가격을 낮췄다고 세븐일레븐은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은 출시를 기념해 15일부터 오는 22일까지 해당 상품을 구매하면 얼음컵 증정 행사를 한다.

이시철 세븐일레븐 즉석식품팀 MD(상품기획자)는 “고물가 기조를 고려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아메리카노 상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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