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속도와 힘으로 행동하겠다” 트럼프, 브레이크 없는 독주 시작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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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첫날 관세 부과 비롯해
100여 개 행정명령 내릴 듯
우크라 종전 협상 과정에서
북한 문제 부상할 가능성도
전기차·반도체 정책 수정 땐
한국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19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집회에서 함께 무대에 올랐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19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집회에서 함께 무대에 올랐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미 동부 시간으로 20일 낮 12시(한국 시간 21일 오전 2시) 취임식을 갖고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4년 만에 역사적인 ‘징검다리’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당선인은 피아를 가리지 않는 ‘미국 중심주의’ 2기 정부를 출범시킬 참이다. 한반도를 비롯한 글로벌 안보와 국제 무역 질서가 다시 한번 대변혁의 시기를 맞게 됐다. 대선 때 사실상 ‘취임 당일 하루는 독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이민자 문제를 시작으로 경제, 통상, 에너지, 대외정책 등에 대한 100여 개의 무더기 행정명령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폐기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정부와 민간 영역을 실력주의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울러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에 가담해 처벌받은 지지자들의 사면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이들 지지자들을 '인질'이라고 불러왔으며 그들을 사면하겠다고 선거 기간에 여러 차례 약속했다.

19일 지지자·후원자들과의 비공개 만찬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몇 시간 내에 수십 개의 행정명령에 사인할 것이다. 정확히는 거의 100개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그는 "일필휘지로 바이든 행정부가 행한 수십 개의 파괴적이고 급진적인 행정명령들을 폐지하겠다. 그것들은 내일 이맘때면 모두 휴짓조각이 돼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외적으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즉각적인 고율 관세 부과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직후에 불법 이민과 펜타닐 등 마약 유입 방지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 중국에는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런 보복 관세 움직임에 캐나다, 멕시코 등이 대응에 나선다면 글로벌 통상 전쟁의 서막을 열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WB)은 지난 16일 미국의 10%의 보편관세 부과로 인해 통상 전쟁이 현실화 될 경우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2.7%에서 2.4%로 0.3%포인트나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자지구 전쟁 휴전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대응도 국제적 관심사다. 이미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속히 회동해 전쟁을 끝내겠지만,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우크라이나가 전부 수복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언급이 트럼프 측에서 계속 흘러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종료될 경우 중국의 대만 침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지원 방침을 확고히 해온 바이든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기조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복잡하게 하는 요인으로 ‘북한의 참전’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과정에 트럼프 2기 정부 내에서 북한 문제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고, 조기에 북미 간 대화나 정상 간 외교로 발전할 수도 있다.

미국 내 산업 정책 측면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취임 첫날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연방정부에 전기차 의무화 정책은 없기 때문에 이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의 전기차 세액공제 제도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여기에다 트럼프 당선인은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투자 지원도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조업 유치 전략과 마찬가지로 해외 생산에 대해 관세를 매기면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게 논리다. 이처럼 전기차와 반도체 지원 등의 정책이 바뀔 경우 현대차·기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바이든 정부에서 막대한 대미 투자를 한 한국의 기업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와 함께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당일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출생 시민권 제도 폐기 △석유 시추 등 에너지 개발 허용 등의 정책도 예고한 상태다. 초미의 관심사가 된 불법 이민자 추방은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란 보도가 현지에서는 나오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1기 때와 달리 내각도 이른바 ‘충성파’로만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으로부터도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도 지난해 대통령에 광범위한 면책권을 부여한 상여서 트럼프 2기 정부는 내년 11월 중간 선거까지는 독주를 견제할 브레이크가 사실상 없는 상태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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