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의 밤’ 영상 본 윤 대통령 “군인들 스스로 국회서 나오지 않았나”
21일 헌재 심판정서 계엄군 국회·선관위 진입 영상 공개
국회 측 대리인단 “추가 계엄 시도하거나 계엄 해제 막으려 해”
윤 대통령 “직원들 저항하니 스스로 나와” ‘경고 차원’ 주장 되풀이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군의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입 장면이 담긴 영상이 21일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재생됐다.
탄핵 소추단인 국회 측 대리인단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의 3차 변론에서 지난해 12월 3일 밤과 4일 새벽 계엄군이 국회와 중앙선관위 청사, 선거연수원 등에 투입된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증거로 공개했다. 영상에는 3일 밤 11시 50분께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 병력이 탑승한 헬기 3대가 국회의사당 뒤편 운동장에 착륙하는 모습을 시작으로 정문 출입이 막힌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뜨려 진입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어 계엄군이 국회 내부를 분주히 뛰어다니거나 국회 직원들이 소화기를 분사하자 대치하는 모습도 나왔다.
선관위 과천 청사에는 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0시 33분께 계엄군 10여명이 정문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담겼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미리 준비되지 않았더라면 계엄 선포 4∼5분 후에 계엄군이 선관위 청사로 진입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선거정보센터 서버실 CCTV 영상에는 계엄군이 선관위 직원의 휴대전화를 넘겨받는 모습도 담겼다. 이 밖에 선관위 선거연수원 건물에 경찰이 모여 출입을 통제하다 이튿날 오전 7시를 넘어서야 경찰버스가 빠져나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와 함께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의결 뒤인 4일 오전 1시 42분께 계엄군이 국회의장 공관에 들어서는 모습도 CCTV 영상으로 재생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계엄 해제 요구가 의결된 뒤에도 군 병력이 의장 공관에 배치됐다는 점에서 추가적 계엄을 시도하거나 비상계엄 해제를 막으려 한 것은 아닐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입을 굳게 다문 채 CCTV 영상을 응시한 윤 대통령은 변론 종료 전 발언 기회를 얻어 “(영상을) 잘 봤다”며 “근데 아까 그 군인들이 청사에 진입했는데 직원들이 저항하니까 스스로 나오지 않느냐”고 말했다. 계엄군이 투입된 것은 사실이나 강제적으로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해제 요구안 의결을 적극적으로 저지한 것도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자신의 ‘경고 차원’ 비상계엄 주장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장 공관 인근에 서 있던 계엄군에 대해서도 “마치 체포할 것처럼 (얘기)하던데…아마 퇴각하는 과정에서 나온 (영상인) 것 같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자신들의 서면증거 요지 설명을 마무리하며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영상을 재생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재판부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채택이 안 되지 않았느냐”고 하자 윤 대통령 대리인은 “(청구인 측) 동영상이 재생됐기 때문에 공평하게…”라고 말했다. 문 대행은 “그건 공평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 채택돼야 재생하는 건 법률에 속하는 것”이라며 재판 절차를 이어갔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