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일군 온정’ 99세 할머니의 특별한 이웃 사랑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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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전부터 기부 활동 이어와
2018년부터는 지역사회 쌀 기탁
올해 99세…거동 불편해도 기부

하동아 할머니가 남해군에 쌀을 기탁하는 모습. 최근에는 거동이 불편해 창고에 쌓인 나락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남해군 제공 하동아 할머니가 남해군에 쌀을 기탁하는 모습. 최근에는 거동이 불편해 창고에 쌓인 나락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남해군 제공

경남 남해군에 사는 한 99세 할머니가 수십 년에 걸쳐 이웃들에게 특별한 사랑을 베풀어 지역의 귀감이 되고 있다.

24일 남해군 등에 따르면 삼동면 금송마을에 사는 하동아 할머니는 지난달 31일 삼동면행정복지센터에 올해 농사지은 햅쌀 400kg을 기탁했다. 하동아 할머니는 “쌀이 없어 굶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며 쌀을 전달했다.

하동아 할머니가 이웃사랑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26년생인 하동아 할머니는 올해로 99세를 맞았다. 남해군 삼동면으로 시집온 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논·밭에 나가 농사를 지었다. 할머니가 농사를 지은 건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함이 아니었다. 주변에 힘들고 아픈 사람이 있거나 지역·나라가 어려우면 열일을 마다하고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1973년 6월 남해대교 개통 당시에는 삼베.모시를 판 돈 20만 원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기탁했다.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수천만 원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또 아이티 지진 참사가 났을 땐 시금치 판 돈 115만 원을 모아 방송국에 기부하기도 했다. 여기에 수해나 화재 등 지역이나 나라에 궂은 일이 있을 때마다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었다.

하동아 할머니 지인인 유순희 씨는 “함께 생활을 해봤는데 잘 때는 허리가 아파서 끙끙 앓을 정도였다. 그렇게 어렵게 농사를 지어서 아깝지 않을까 생각을 들 정도였는데 그걸 모두 기부했다. 주변에서 딱한 일이 있으면 그걸 가만히 보질 못했고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2018년부터는 지역사회에 쌀을 기탁하는 형태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해마다 적게는 200kg, 많게는 400kg의 쌀을 삼동면과 남해군 등에 기부하고 있는데, 100세를 코앞에 둔 올해까지도 도움의 손길을 접지 않고 있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많은 사람이 그랬듯 먹거리가 부족해 끼니를 거르는 게 일상이었다. 당시의 아픔과 서러움을 후세의 사람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오늘날 베풂의 원동력이 됐다.

남해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하동아 할머니가 기탁한 쌀은 지역 저소득가구에 전달했다.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군에서 감사패 등을 전달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직접 지은 쌀을 손수 기탁한 할머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다리를 다치면서 거동이 어려워졌는데, 그럼에도 할머니는 삼동면행정복지센터에 도움을 청해 창고에 쌓인 나락을 전달하는 형태로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하동아 할머니 아들인 이상금 씨는 “어머니 몸이 편찮으시지만 이웃을 돕는 마음은 전혀 줄지 않았다. 자식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셨다. 수십 년 동안 이웃을 위해 많은 것을 베푸셨는데, 자식으로서 존경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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