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중도매인 파산… 공동어시장 '신용 거래' 도마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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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액 5억 중 2억만 담보 제공
연대보증으로 추가 피해자 발생
고무줄 신용한도 개선 목소리도

중도매인 파산 문제가 불거진 부산공동어시장 전경. 부산일보DB 중도매인 파산 문제가 불거진 부산공동어시장 전경. 부산일보DB

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에서 신용 한도를 초과해 거래하던 중도매인 파산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연대보증을 선 다른 거래자들에게 까지 피해가 확산되면서, 거래 관행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26일 수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5일 어시장 중도매인 A 씨가 법원에 파산을 선고받았다. A 씨는 5억 원이 넘는 거래를 벌이다 끝내 이를 정산하지 못했다. A 씨가 어시장에 맡긴 보증금과 담보물 2억 원 상당으로, 어시장은 보증금을 뺀 3억 원 이상의 차액을 손실로 떠안게 됐다. 어시장은 2020년 12월에도 중도매인 부도로 손실을 겪은 바 있다.

연대보증에 따른 추가 피해자도 나왔다. A 씨의 연대보증을 선 두 명의 중도매인은 지난 10일 부산해양경찰서에 A 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지난 2023년 10월 A 씨가 연대보증을 부탁할 때, 그가 이미 한도 초과 거래 중이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두 명의 고소인은 A 씨의 파산에 대한 연대보증 책임 명목으로 어시장에 각 5000만 원을 분할 납부 중이다.

어시장은 선사와 중도매인이 거래할 때, 선사에 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중도매인으로부터 나중에 돌려받는다. 따라서 중도매인은 어시장에 보증금을 맡긴 만큼만 거래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보증금을 초과한 ‘신용 거래’가 더 일반적이다.

문제는 각 중도매인의 신용 거래 상한이 어시장 판단에 따라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어시장과 중도매인 사이의 계약은 어시장이 허용하면 담보를 초과한 매수가 가능하다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어시장은 거래 기간과 금액, 신용 등을 종합해 각 중도매인의 한도를 개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어시장 관계자는 “수십 년 관행을 끊고 거래를 엄격히 제한할 경우 매출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도매인 간 연대보증 제도도 논란이다. 어시장 중도매인이 신용 거래를 하려면 2명의 중도매인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워야 한다. 어시장이 자의적인 해석으로 신용 거래 한도를 정하면서, 사고가 터지면 손실 일부를 다른 중도매인에게 떠넘긴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는 구조다.

한 중도매인은 “나도 다른 이의 보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누가 파산할지 미리 알 수 없지만 일단 서로서로 보증을 서 줄 수밖에 없다”며 “신용 거래의 기준이라도 명확하면 훨씬 대응이 수월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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