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원인 규명 합동감식 실시
항철위·국과수·경찰·소방 참여
“기상 괜찮으면 하루 안에 완료”
보조배터리 폭발로 결론 날 땐
기내 휴대 관련 규정 강화될 듯
지난달 28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 원인을 규명할 합동감식이 3일 진행된다. 이번 화재 원인이 승객이 휴대한 보조배터리가 맞을지를 놓고 감식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보조배터리가 화재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배터리 휴대·사용과 관련된 항공 제반 규정이 대폭 수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항공철도조사위원회(항철위)는 3일 오전 9시부터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경찰청 과학수사대, 소방 당국과 합동감식에 나선다. 기체에 실린 16t가량의 항공유는 제거하지 않은 상태로 감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항철위는 안전 확보를 위해 항공유 제거 여부를 두고 논의를 거듭했다.
합동감식에서는 탑승객과 승무원이 발화 지점으로 지목한 여객기 꼬리 쪽 오버헤드빈(기내 수하물 보관함) 부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전망이다. 아울러 항철위는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회수한 블랙박스 기록도 정밀 분석 중이다.
항철위 배기후 항공조사팀장은 “설 연휴 동안 비가 내려 항공기 동체가 천막으로 가려져있는 상태”라며 “기상조건이 괜찮다면 최대한 하루 안에 감식 절차는 모두 끝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합동감식이 늦어지면서 화재 발생 후 일주일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당시 현장에서 화재를 목격한 승무원과 승객의 진술과 추정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보조배터리로 인한 폭발 사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합동감식을 통해 보조배터리 폭발이 화재 주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항공업계 전반의 리튬 배터리 관련 안전 규정이 대폭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내 배터리 화재 사고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증가세다.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국적기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 건수는 2020년 이후 총 13건이었다. 연도별 기내 배터리 화재 건수를 보면 각각 △2020년 2건 △2023년 6건 △2024년 8월까지 5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작년까지 미국 항공편에서 발생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사고는 약 5배(388%) 증가했다. 연도별로는 2020년 39건에 그치던 사고가 △2021년 54건 △2022년 75건 △2023년 77건 △2024년 78건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건을 계기로 안전 규제 강화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항공기 내 리튬 배터리 허용 규정 강화를 두고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고로 인해 규정을 손보라는 주문에 급급해 시스템을 짜게되면, 정작 본질적인 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를 놓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부처 내부에서도 국제 규정과 연동된 국내 규정을 어떻게 얼마만큼 건드려야 할지를 두고 고심 중에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15분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6명(승객 169명·승무원 6명·탑승 정비사 1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 꼬리 부분 기내 선반에서 불이 났다. 불길은 발생 1시간 16분 만인 오후 11시 31분 완전히 꺼졌지만, 기체의 천장 부분이 모두 탔다. 불길이 덮치기 전 탑승자 전원이 비상용 슬라이드로 탈출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