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자리 앉은 한국 기업, 대미 수출 가시밭길 [트럼프發 관세 전쟁]
멕시코행 삼성·LG·현대차 등과
동반 진출한 화승·성우하이텍 등
캐나다 입지 LG엔솔·포스코까지
미국 수출 차질 빚을까 ‘노심초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 대상 관세 부과를 강행하고 해당 국가들이 보복 관세 조치에 돌입하면서 멕시코·캐나다 등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미중 갈등이 깊어지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아디다스, 혼다, 토요타, 볼보, 폭스바겐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규모 투자를 벌였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과 가까운 국가에서 생산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한국 주요 기업들 역시 같은 시기 대중 무역 제재를 피해 이들 지역에 대거 진출했다. 특히 멕시코에는 한국 기업 500여 곳이 몰려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에서 가전 공장과 TV 공장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에서 생산 기지를 가동 중이다. 기아의 경우 지난해 1~11월 멕시코에서 K3 17만 5000대, K4 6만 4000대, 투싼 1만 4000대 등 총 25만 3000대를 생산했는데, 이 가운데 K3 12만 8000대가 미국으로 팔려나갔다. 기아뿐 아니라 현대위아,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포스코인터내셔널, HL만도 등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진출해 있다.
캐나다에는 배터리 기업들이 주를 이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연 4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공장을 세웠으며, 포스코퓨처엠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강행으로 인해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되면서 이들 지역 진출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LG 전자는 고율 관세가 부과된 제품은 여러 생산지에서 생산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유통업체와도 협력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몬테레이에 기아 공장을 둔 현대차그룹도 공급망 조정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기업과 함께 이들 지역으로 동반 진출했거나 멕시코 등 현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공장을 신설한 지역 기업들 역시 노심초사하기는 마찬가지다. 유니테크노는 멕시코 산루이스포토시에 3만 8000㎡(1만 1500평) 부지를 확보해 오는 7월께 1만 2500㎡(3800평) 규모의 1차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멕시코 진출 10년을 넘긴 지역 대표 중견업체인 화승알앤에이, 성우하이텍, 에스제이지세종 등은 생산시설 다변화 등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완성차 업체들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2기 관세 부과 정책이 미국 내수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 노동력 확보 등의 한계로 당장 미국 생산을 늘릴 수는 없지만, 타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며 “중요 원자재는 결국 중국에서 구해야 하는 만큼 관세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경우에 대비해 원자재 확보처 다변화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