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영시장 친인척 땅 포함 ‘파크골프장’ 재추진…논란 재점화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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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 공유재산 관리계획안 제출
17일 시의회 산건위 1호 안건 심의
36홀 규모 파크골프장 조성 토지
지난해 부결된 원안 그대로 재상정
야당 “사전 교감·협의 없었다” 반발

산양파크골프장유치추진위원회는 지난달 7일 산양읍사무소에서 ‘산양지구파크골프장 조성사업 조속 추진을 위한 범읍민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부산일보DB 산양파크골프장유치추진위원회는 지난달 7일 산양읍사무소에서 ‘산양지구파크골프장 조성사업 조속 추진을 위한 범읍민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부산일보DB

경남 통영시가 과도한 지방 재정 투입과 현역 단체장 친인척 땅 특혜 시비로 무산된 ‘(가칭)산양파크골프장’(부산일보 2024년 9월 3일 자 11면 등 보도) 재추진에 나섰다. 하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반감이 여전한 상황에, 시의회와 사전 협의나 교감도 없이 앞서 부결된 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이기로 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4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통영시는 3일 오후 통영시의회 사무국에 ‘2025년도 제1차 수시분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는 ‘산양지구 파크골프장’ 조성 사업에 필요한 편입 토지 취득을 위한 안건이다. 오는 17일 개회하는 제235회 통영시의회 임시회 산업건설위원회에서 1호 심의 안건으로 상정된다. 산건위를 통과하면 19일 본회의에서 최종 집행 여부가 결정된다.

산양지구 파크골프장은 산양읍 삼덕리 564번지 일원 사유지 4만 7633㎡를 사들여 36홀 규모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시는 파크골프 인구 증가에 따른 인프라 확충과 낙후된 미륵권역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시의회 동의를 구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재정자립도가 12.5%에 불과한 열악한 지방재정을 고려할 때 사업비 부담이 너무 과한 데다, 현재 운영 중인 1곳을 비롯해 개장을 앞둔 시설도 2곳이나 더 있다며 반대했다. 총사업비는 부지매입비 86억 원을 포함해 116억 원으로 전액 시비로 충당한다.

여기에 시가 공시지가 대비 5배나 비싼 값에 매입하기로 한 땅 중 일부가 천영기 시장 친인척 땅으로 확인되면서 특혜 시비까지 불거졌다. 통영시가 계상한 매입 토지 취득예정 가격은 3.3㎡당 평균 59만 2500원, 전체 85억 6600만 원이다. 반면 공시지가는 평균 11만 8500원, 총 17억 1300만 원으로 5분의 1 수준이다. 이 중 가장 큰 4287㎡ 필지 소유자가 천 시장 이종사촌 소유다. 시는 공시가격 1억 5000만 원인 이 땅을 7억 5400만 원에 매입하기로 했었다.

통영시가 36홀 규모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산양읍 삼덕리 564번지 일원. 총 4만 7633㎡면적이다. 다음 지도 캡처 통영시가 36홀 규모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산양읍 삼덕리 564번지 일원. 총 4만 7633㎡면적이다. 다음 지도 캡처

결국 산건위는 지난해 9월 제232회 임시회 제1차 회의에서 관련 계획안을 표결 끝에 부결했다. 이어 통영시가 ‘사업 철회’를 발표하자 이번엔 대상지 주민들이 발끈했다. 자생단체를 중심으로 ‘산양읍파크골프장유치추진위원회’를 꾸린 주민들은 지난달 ‘범읍민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조속한 사업 재추진을 요구했다.

추진위는 “스포츠마케팅, 스포츠관광을 통해 침체한 산양읍 지역 경제를 살리려면 빠른시일 내 파크골프장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장 친인척 땅 논란에 대해 “(매입 대상) 30필지 중 1필지, 약 1300평으로 전체 면적 1만 4400평의 9%에 불과하다”면서 “개발 정보를 사전에 흘린 것도 아닌데, 이를 두고 특혜라는 것은 억지”라고 일축했다.

지지 여론을 등에 업은 천 시장은 올해 초 산양읍 연두순방에서 파크골프장 재추진을 공언했다. 이후 예고한 대로 이번 임시회에 관련 계획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시가 앞서 부결된 원안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천 시장 발표 직후 통영시 담당 실무자는 시의회 내부에 반대 기류가 여전하다는 점을 고려해 “시의회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절차에 맞춰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계획안 제출 전까지 양측의 사전 교감은 전혀 없었다. 한 여당 의원은 “계획안 제출 사실도 그날 밤늦게 전달받았다”고 했다.

통영시가 지난해 산양지구 파크골프장 조성을 위해 매입하기로 한 편입토지. 29번째 항목 토지가 천영기 통영시장 이종사촌 소유지다. 이번에 다시 상정하는 계획안도 매입 규모와 가격이 모두 동일하다. 부산일보DB 통영시가 지난해 산양지구 파크골프장 조성을 위해 매입하기로 한 편입토지. 29번째 항목 토지가 천영기 통영시장 이종사촌 소유지다. 이번에 다시 상정하는 계획안도 매입 규모와 가격이 모두 동일하다. 부산일보DB

게다가 <부산일보>가 확보한 통영시 제안서를 보면 사업 규모와 대상지와 취득 토지, 매입 가격까지 당초안과 동일하다. 또 다른 의원은 “일부 내용이 첨삭된 추진상황과 향후계획을 제외하면 제안 이유부터 사업목적 및 배경, 사업개요, 취득대상 현황, 법적근거까지 토씨 하나 안 바꿨다”며 “부결 사유가 명확한데도 아무런 보완 노력 없이 복사해서 붙여 넣듯 재상정하는 건 시의회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처럼 벌써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계획안이 또다시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건위 의원은 6명으로 천 시장과 같은 국민의힘 4명, 더불어민주당 2명 구성이다. 작년 심의 땐 민주당 2명과 국민의힘 2명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이번 재심의 때 2명 중 1명이라도 반대하면 ‘가부동수’로 부결 처리된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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