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사금고? 3000억 넘게 부당 대출해 준 은행들
금감원 2024년 금융지주 감사
우리은행 손태승 전 회장 관련
친인척 연루 380억 추가 확인
KB·농협도 1500억 특혜 대출
차주·브로커와 짜고 서류 위조
우리은행에서 지난 5년 동안 2300억 원 이상의 부당 대출이 집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이 연루된 부당 대출도 730억 원 포함됐다. 국민은행(KB)과 농협은행에서도 각각 892억 원, 649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이 감독 당국에 적발됐다.
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금융지주·은행 주요 검사 결과’에 따르면 현장검사를 통해 확인된 우리·국민·농협은행의 부당 대출 금액은 총 3875억 원(482건)이다. 금감원이 정기 검사를 통해 확인한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우리은행 부당 대출은 기존 350억 원에서 730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 중 451억 원(61.8%)은 2023년 3월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현 회장 취임 후 취급됐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부당 대출 730억 원 중 338억 원(46.3%)이 이미 부실화됐으며, 나머지도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은행 지역 본부장 A씨는 지점을 통해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에 여신 42억 7000만 원을 취급하며 자금용도·상환능력 평가를 소홀히 한 사실도 확인됐다. 퇴직 후에는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차주 회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은행 고위 임직원 27명도 1604억 원의 부당 대출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229억 원(76.6%)은 부실화된 상태다.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된 부당 대출도 61.5%에 달했다. 우리은행 여신지원그룹 부행장은 대출 브로커를 부하직원이었던 우리은행 지점장 B씨에게 소개하고, 여신 17억 8000만 원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대출 심사를 소홀히 해 아내의 계좌로 3800만 원을 수수했다.
한 우리은행 지점장은 부동산 매입 자금 대출 250억 원이 본부에서 거절되자, 다른 차주와 공모한 뒤 우리은행 대출 담당 심사역을 압박해 여신을 승인하도록 했다. 대출금 일부를 제3자에게 지급하는 등 횡령을 방조하기도 했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에서도 각각 892억 원, 649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총 1541억원)이 발견됐다. 국민은행 영업점 팀장은 시행사·브로커의 작업 대출에 조력해 허위 매매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제공받아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선별하고, 대출이 용이한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등 부당 대출 892억 원을 실행했다. 일부 대출과 관련해 금품과 향응을 받은 정황도 적발됐다.
농협은행 지점장·팀장은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여신한도·전결 기준 회피를 위해 복수의 허위 차주 명의로 분할 후 승인을 받는 등 부당 대출 649억 원을 취급했다. 일부 대출에 대해선 차주로부터 금품 1억 3000만 원을 수수한 정황도 발견됐다.
금감원은 시중은행들의 부당 대출을 내부통제 부실로 보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이 행장 재임 시절 대폭 완화한 여신 관련 징계기준을 현재까지 방치해 여신 관련 사고자 상당수가 견책 이하의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징계예정자에 대해 합리적 기준 없이 제재 완료 전에 오히려 포상·승진을 시행함으로써 인사의 공정성을 저해하기도 했다.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혐의를 인지하고도 이를 금융당국에 5개월간 보고하지 않아, 금감원·검찰 조사도 지연됐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