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영시 160억 들인 굴 껍데기 재활용 시설 개점휴업…왜?
160억 원 ‘통영시 수산부산물 자원화시설’
운영사 못 구해 준공 후 3개월째 가동 못해
경남도와 통영시가 지역 굴 양식업계 최대 골칫거리인 ‘굴 껍데기(패각)’ 처리를 위해 국비 등 160억 원을 들여 완성한 재활용 시설이 준공 후 개점휴업 상태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시설인 데다, 생산물 수요나 경쟁력도 떨어져 운영사를 구하지 못한 탓이다. 시는 급한 대로 설비 시공사에 시험 가동을 맡길 계획이지만, 정상 가동을 위해선 한해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전해 줘야 한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 재정에 부담만 가중하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통영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문을 연 ‘수산부산물 자원화시설’이 준공 후 가동을 못 한 채 방치되고 있다. 이 시설은 시가 160억 원(국비 75억 원, 도비 25억 5000만 원, 시비 59억 5000만 원)을 투입한 국내 최초 공공 굴 패각 재활용 시설이다.
생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굴 패각은 탈황제나 석회석 대체 원료, 황토 포장재, 건설 골재, 인공어초, 비료 등으로 자원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사업장폐기물로 지정돼 처리는 물론 재활용에도 큰 제약을 받아왔다. 국내 최대 생굴 산지인 경남에서 한 해 배출되는 패각만 25만t에 달하지만 재활용 비율은 배출량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처리도 쉽지 않다. 배출자가 직접 또는 위탁 처리해야 하는데, 전문 장비로 공해상으로 가져가 투기해야 해 정부 보조를 더 해도 어민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8만 6000여t, 통영에만 약 5만t의 패각이 박신장 주변이나 해안가 공터에 방치돼 악취와 환경 오염 유발 온상으로 지적돼 왔다.
반면, 자원화시설을 활용하면 이를 단박에 해소할 수 있다. 자원화시설에선 하루 300t, 연간 8만t 상당의 패각을 재처리해 생석회(탈황제)와 모래를 생산한다. 탈황제는 화력발전소 연료 연소 때 발생하는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물질이다. 모래는 골재용이다. 정상 가동 시 골칫덩이 패각 전량 처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연간 15억 원 상당의 예산 절감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통영시 계산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운영비용과 재활용품 수요를 고려할 때 만성 적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황제 시장이 한정된 상황에 기존 제품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최초 시설이라 운영 경험이 있는 업체가 없고, 운영비 추정 역시 난해해 시설 수탁 업체 선정이 지연되고 있다.
뒤늦게 전문업체를 통한 ‘가동 원가 산정’에 나선 통영시는 이대로는 정상 가동이 어렵다고 판단, 차선책을 고민하고 있다. 당장 시스템 운용이 가능한 시공사에 시험 가동을 맡겨 1~2년 운영한 뒤, 이를 토대로 정식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원가 산정이 먼저냐, 가동이 먼저냐’를 놓고 갑론을박이다.
통영시 관계자는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 예산 조달부터 시설 구축 그리고 운영까지 시행착오가 많다”면서 “현재 운영 방식과 생산품 비중에 따른 지원 규모 등을 절충하는 협상 단계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혈세 투입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