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족의 성교육 [3인3색 性이야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임의현 성 심리학자

다문화 가정에 대해 관심이 많던 때였다. 마침 다문화 가족 지원을 하던 센터장께서 도움을 요청하셨는데 핵심 내용이 다문화 가정의 성 문제였다. 문제의 유형은 다양했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다.

문제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살펴보면 첫째,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행해지던 성 행동에 대한 이해 부족 문제였다. 아내의 나라에서는 결혼하는 신부의 몸을 제모해서 보내는 게 관례였다고 했는데 이를 알 리가 없는 남편은 그 나라에서 몸을 함부로 놀리던 노는 여자라고 생각하여 결혼 초부터 아내를 함부로 대하며 괴롭히던 경우였다.

둘째, 배우자의 연령과 기저 질환에 대한 이해 부족이 원인이었다. 나이 차이가 나던 부부였는데 중년인 남편은 결혼 전부터 혈압 약과 당뇨 약을 복용하고 있었고 이 때문인지 부부 관계 시 발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어린 아내는 이런 경우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결혼 초반에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나중엔 남편에게 다른 여성이 있는 것으로 오해해 관계가 악화되어 있었다. 어린 나이에 한국으로 시집온 아내의 부모가 남편보다 젊었기 때문에 남편 또래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 어린 아내가 살면서 가까이서 봐 온 연령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남편의 말만 온전히 믿지 못한 상태였다.

셋째, 언어 미숙으로 인한 오해가 있었다. 대부분의 문제들에 있어 언어 미숙은 공통된 요소였다. 아마도 소통이 원활했다면 부부의 문제를 대화로 풀어 잘 해결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센터에 와서도 부부 두 명, 통역사 한 명, 상담을 해야 하는 필자까지 네 명이 한 테이블에서 다른 사례보다 배 이상의 시간을 써 가며 상담을 진행했다.

위의 사례들은 얼핏 말만 잘 통하고 이해만 시키면 바로 해결될 문제 같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부부의 문제는 그들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뉘앙스, 사건 발생 전후 있었던 가족 내의 여러 일까지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또 많은 다문화 가정에서 남편 쪽의 기존 가족과의 관계마저 맞물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간단히 보면 가정 내 문제일 수 있는 이런 사안들은 자칫 형사 사건이 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다문화 가정의 문제를 단순한 가정 내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결혼한 부부는 자녀를 출산하고, 그 자녀는 이 사회에서 성장해야 함을 감안할 때 자신들의 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부모가 자녀의 성교육까지 잘해 줄 거라고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부부의 교육은 물론 이후 성장할 자녀의 교육까지 사회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