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멕시코대학 연구 결과
일부 장기 8년 새 7~30배 증가

미세 플라스틱이 질병과 연관성까지 의심할 정도로 인체를 빠른 속도로 오염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멕시코대 연구팀은 시신을 수십 구 해부해 미세 플라스틱의 인체 오염도 추이를 조사한 논문을 최근 학술지 〈네이처메디신〉에 게재했다.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초 시신들의 신장과 간에서는 2016년 시신들보다 7∼30배 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측정됐다. 특히 뇌에서도 같은 기간 미세 플라스틱이 50% 더 많이 관찰됐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매슈 캠펜 교수는 CNN에 “평균 45∼50세 정도인 보통 사람들의 뇌 조직에서 1ｇ당 4800μg(100만분의 1g)이 관측됐는데, 무게로 따지면 우리 뇌의 0.48%가 플라스틱인 셈”이라며 “머리에 플라스틱 숟가락이 한 개씩 온전히 들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망 전에 치매 진단을 받은 이들의 두뇌에서는 파편 같은 플라스틱 조각이 건강한 이들보다 3∼5배 많았다. 플라스틱 조각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수준보다 작으며 동맥과 정맥의 벽, 두뇌 면역세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캠펜 교수는 “좀 충격적”이라며 “치매가 혈액뇌장벽(BBB·뇌와 혈액을 격리시키는 혈관 장벽)과 노폐물 제거 메커니즘이 손상되는 질병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의 뇌는 실제로 염증세포와 뇌 조직의 위축으로 플라스틱이 빨려드는 곳이 형성돼 있었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사실이 미세 플라스틱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캠펜 교수는 “미세 플라스틱이 치매 때문에 증가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해석할 때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피비 스테이플턴 미국 럿거스대 교수 또한 이번 측정 결과가 플라스틱이 질병을 유발했다는 증명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플라스틱 입자들이 흐르면서 뇌를 들락거리는지, 신경조직에 축적되는지, 질병을 촉진하는지 불확실하다”며 “입자들이 세포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독성학적 결과가 있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세 플라스틱은 비닐봉지나 물병처럼 일상 속 플라스틱 도구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입자로 음식, 물, 호흡을 통해 인체에 들어간다. 아직 특정 질병을 일으킨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지만 학계는 미세 플라스틱이 보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캠펜 교수는 “마이크로, 나노 플라스틱의 환경적 존재감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신경질환 등 인체 건강 문제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내려고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