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의회 ‘최초 통제영은 통영 한산도’ 못 박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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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임시회서 ‘여수시 역사왜곡 중단 촉구 결의안’ 채택

통영시의회는 오는 14일 개회하는 제235회 임시회에서 ‘전남과 여수시의 최초 삼도수군통제영 침탈 행위 및 역사 왜곡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회기 본회의 모습. 부산일보DB 통영시의회는 오는 14일 개회하는 제235회 임시회에서 ‘전남과 여수시의 최초 삼도수군통제영 침탈 행위 및 역사 왜곡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회기 본회의 모습. 부산일보DB

경남 통영시의회가 반복되는 ‘최초 삼도수군통제영’ 논쟁(부산일보 1월 16일 자 11면 보도) 마침표 찍기에 나선다.

시의회는 오는 14일 개회하는 제235회 임시회에서 ‘전남과 여수시의 최초 삼도수군통제영 침탈 행위 및 역사 왜곡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 결의안은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 최초의 본영이 어딘지를 놓고 불거진 통영과 전남 여수 간 역사왜곡 논쟁에 맞서려는 조처다.

시의회는 결의안에 “삼도수군통제영은 1593년 한산도에 최초로 설치됐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역사적 기록과 고증이 명백함에도 왜곡된 주장을 펼치는 전남도와 여수시는 통영시민에게 공식 사과하고 국가유산청과 경남도는 신속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을 담는다.

지난해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이 문제를 짚었던 조필규 의원은 “통영 한산도가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이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앞으로도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있는 만큼 시의회 차원에서 대응해 더 이상의 논란을 막겠다”고 밝혔다.

통영시의회 조필규 의원. 사무국 제공 통영시의회 조필규 의원. 사무국 제공

역사학계 등에 따르면 1592년(선조 25년) 한산대첩을 통해 제해권을 장악한 전라좌수사 이순신은 이듬해 해로 방어 최대 요충지인 통영 한산도로 군영을 옮겼다. 남해안 서쪽에 치우쳐 방어에 취약한 전라좌수영의 지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후 초대 통제사로 제수돼 3년 8개월간 한산도에 주둔하며 경상·전라·충청도 수군을 통솔했다. 학계는 이를 근거로 한산 진영을 최초 통제영으로 인정해 왔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7년(1592년~1598년) 동안 군중에 쓴 <난중일기>를 비롯해 <이충무공전서>, <두룡포기사비>, <통제영충렬사기> 등 현존하는 임진왜란 사료와 근현대 고증자료 대부분도 ‘한산도는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역시 ‘통제영이란 충청·전라·경상도의 삼도수군을 통할하는 통제사가 있는 본진으로, 삼도수군통제영을 줄여서 표현한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의 한산진영이 최초’라고 기술해 놨다.

그런데 작년 10월과 11월 전남도의회와 여수시의회가 ‘빼앗긴 최초 삼도수군통제영 여수 역사바로잡기 촉구 결의안’을 연거푸 채택하면서 역사 왜곡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들은 △임진왜란 무렵에는 통제영이란 용어가 없어 ‘본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 △제1대 이순신부터 제4대 이시언 통제사까지 전라좌수사로 하여금 삼도수군통제사를 겸하도록 했다는 사실, 그리고 △한산도는 최소한의 필수적인 기능을 지닌 임시 전초 전진기지로 병참, 군수물을 거의 모두 본도인 전라도에서 충당했다는 주장 등을 들어 최초 삼도수군통제영은 전라좌수영 본영인 여수라고 단언했다. 여기에 (사)여수종고회, (사)여수여해재단, (사)여수진남거북선축제보존회 등 시민단체가 가세해 학술대회를 열고 범시민 서명운동, 표지석 건립, 관계기관 청원을 통해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통영의 대표 문화재인 삼도수군통제영(사적 제402호). 부산일보DB 통영의 대표 문화재인 삼도수군통제영(사적 제402호). 부산일보DB

이에 지자체 간 갈등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그동안 맞대응을 자제하던 통영시도 최근 전략을 수정했다. 특히 올해 여수 진남관 재개관에 맞춰 이런 움직임이 더 강경해질 것으로 판단해 대응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다만, 연구자 관점에 따라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학술적 검증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정치권, 시민사회와 연대해 지역 사회 공감대 형성과 객관적 사실 알리기에 집중한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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