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래의 메타경제] 지역에서 딥시크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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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

중국 AI 기술 미국 추격 우리 사회 충격
연구개발 예산 삭감·수도권 집중 한계
지역대학 연구 저변 확대에서 답 찾아야

가끔은 따뜻한 가슴보다 차가운 시장이 더 따뜻한 결과를 만들 때가 있다. 제법 오래전인데 애견카페에서 글을 읽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이른바 족보가 있는 강아지를 무료로 분양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댓글들이 의외였다. ‘좋은 일 하시네요’와 같은 글을 기대했는데,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무료 분양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무료 분양을 경제학적으로 풀어 보면 영(零) 원에 강아지를 판매하는 것인데, 그럴 경우 반드시 초과수요가 생기게 된다. 좀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강아지를 정말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그냥 되팔이를 목적으로 강아지를 가지고 갈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따뜻한 제안에 차가운 시장 논리가 들어오는 것이 마뜩잖기는 했지만, 수긍이 가는 면이 있었다.

가격이 자원배분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이다. 그런데 이 원리를 오랫동안 애써 외면해 온 것이 있다. 바로 대학등록금이다. 특히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 국립대의 경우 16년 동안이나 등록금이 그대로라고 하는데, 올해에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입학 자원의 감소와 함께 재정압박을 견디다 못한 지역 사립대의 경우에는 높지 않은 선에서 인상하겠다는 소식들이 나오고 있지만 주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대학등록금 동결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 준다는 점에서는 따뜻한 정책이다. 그러나 가격을 인위적으로 오랫동안 통제하는 것은 반드시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온다. 지속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면 결국 구성원들에게 분배할 수 있는 여력은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 유능한 인재들을 확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학의 아주 중요한 기능인 교육과 연구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약화하게 된다.

지식사회에서는 연구 역량이 국가경쟁력의 핵심 요소라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2년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갑자기 과학기술 연구비가 삭감되면서 지난해 겪어야 했던 혼란과 우려를 기억하는 것으로 이는 충분하다. 연구비의 삭감으로 중단된 연구와 연구실을 떠난 연구원들의 공백을 메우는 데에는 아마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설 바로 직전 중국으로부터 아주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내놓은 AI 모델이 미국의 인공지능 챗GPT를 거의 따라잡았다는 소식이었다. AI 기술에서 미국을 쫓아갈 만한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는 얘기는 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격차는 아직은 상당하다는 통념이 지배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통념이 깨진 것이다.

게다가 미국보다 엄청나게 저렴한 비용과 더 낮은 사양의 재료로 더 적은 전기를 쓰면서 비슷한 성능을 갖는 AI 모델을 개발했다는 사실이 더욱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정치적 이유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의 발전을 애써 외면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아니 폄훼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미국에 필적하는 AI 기술 확보라는 중국의 성취를 올바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흔히 AI와 같이 산업의 생태계를 바꿀 큰 기술은 거대한 자본을 투입하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이런 선입견을 딥시크는 넘어서고 있다. 더욱 주목하고 싶은 것은 해외 인력이 아닌 중국 내의 다양한 연구자들이 함께 만들어냈다고 한다. 딥시크를 소개하는 기사의 귀퉁이에 소개된 것을 보면 중국 전역의 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연구진들이 폭넓게 참여했다는 기사도 실려 있었다.

물론 아직은 검증의 시간이고 좀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아마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중국의 성취에 대해 분석하고 대응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목표이든 서둘러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명분으로 수도권에 모든 것을 몰아주는 방식에서는 벗어나야 할 것이다. 국가적 발전에 필수적인 큰 기술들은 긴 호흡을 갖고 뚝심 있게 밀고 가야 하고 또 넓은 저변을 가질 때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호나 말이 아니라 정말로 진지하게 균형발전을 다시 되새겨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균형발전의 중심에 지식과 인재를 공급하는 대학 특히 지역의 대학을 두어야 한다. 근년에 들어와 이러한 인식에서는 좀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많이 미흡하다. 지역대학에 대한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 아울러 오랜 기간의 가격 통제로 억눌려 온 등록금에도 유연성을 주어야 한다. 딥시크가 던진 충격을 소화하는 방법의 구상에 지역으로부터의 시선을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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