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채무불이행 자영업자 35% ‘급증’
보유대출 30조 돌파
‘생계형’ 고령 자영업자 불이행 크게 늘어
금융당국 “다음 달부터 금융지원”
고금리 상황에 12·3 비상계엄의 여파 등으로 내수침체가 심화되며 지난해 금융기관에 진 빚을 갚지 못한 자영업자가 35%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중 60세 이상 고령층 증가율은 52%로 속도가 훨씬 빨랐다.
16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개인사업자 채무불이행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자영업자·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 335만 8956명의 금융기관 대출금액은 1122조 7919억 원으로 전년보다 7719억 원(0.1%) 늘어났다.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 중 금융기관에 진 빚(대출액)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은 15만 506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 204명(35%) 급증했다. 이들이 진 빚은 30조 7248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29.9%인 7조 804억 원 늘어 30조 원을 돌파했다.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는 배경은 고금리 속에 깊어지고 장기화하는 내수 침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소매판매액은 전년보다 2.2% 줄어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3.2%) 이후 21년만에 최대폭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줄며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감소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빚이 급증한 계기는 코로나19 시기다. 당시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에서는 전면봉쇄를 하면서 재정을 동원해 자영업자를 직접 지원했지만 우리나라는 대출 연장이나 신규 대출 등 대출을 통한 지원을 했다.
고령층 자영업자의 대출부담은 더욱 암울한 실정이다. 작년 말 60대 이상 개인사업자의 금융기관 대출잔액은 372조 496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 7303억 원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 이하(-1조 9030억 원), 30대(-6조 4589억 원), 40대(-12조 9124억 원), 50대(-2조 6843억 원) 등 다른 연령대에서 대출잔액이 모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대출규모가 늘면서 고령층 채무불이행자 수와 이들의 대출 잔액도 다른 연령대보다 가파르게 증가했다. 1년 사이 60대 이상 채무불이행자 수는 2만 795명에서 3만 1689명으로 52.4% 늘어 다른 연령대의 증가세를 압도했다. 금융연구원 이수진 선임연구위원은 “고령층은 생계형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다 보니 경기 침체 국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내수부진 속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 은행권을 통한 금융지원을 준비 중이다. 은행권은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올해 연체나 폐업 위기 등 자영업자 25만 명에게 연간 7000억 원, 3년간 2조 원 안팎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선다고 지난해 말 발표했다. 지금은 정상적으로 대출을 상환하고 있지만, 상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차주는 다음 달부터 금리감면 등 최장 10년까지 천천히 나눠 갚을 수 있도록 소상공인 맞춤형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