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첫 관문 넘었더니 ‘절차상 하자’ 논란…통영 산양파크골프장 ‘첩첩산중’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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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산건위, 17일 수정안 가결
시장 친인척 땅 제외 사업비 줄여
노성진 위원장 ‘찬반 토론 종료’ 후
가결 직전 야당 측 이의 신청 거부
민주당 “명백한 절차상 하자” 반발

통영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17일 열린 제235회 임시회 첫 회의에서 ‘산양지구 파크골프장 조성사업 편입 토지 취득 관리계획안’을 표결 없이 원안 가결했다. 통영시 이유섭 건설과장이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통영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17일 열린 제235회 임시회 첫 회의에서 ‘산양지구 파크골프장 조성사업 편입 토지 취득 관리계획안’을 표결 없이 원안 가결했다. 통영시 이유섭 건설과장이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속보=과도한 재정 투입과 시장 친인척 땅 특혜 시비로 설왕설래하던 경남 통영시 (가칭)산양파크골프장 조성 사업(부산일보 2월 5일 자 11면 등 보도)이 본격화한다. 문제의 땅을 빼고 사업비도 일부 줄인 수정안이 가까스로 시의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이제 본회의만 통과하면 곧장 사업 착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안건 처리 과정에 나온 석연찮은 의사 진행을 놓고 ‘절차상 하자’라는 지적도 상당해 본회의 상정까지 일부 진통도 예상된다.

통영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17일 열린 제235회 임시회 첫 회의에서 ‘산양지구 파크골프장 조성사업 편입 토지 취득 관리계획안’을 표결 없이 원안 가결했다. 산양지구 파크골프장은 산양읍 삼덕리 564번지 일원에 36홀 규모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애초 통영시는 사유지 4만 7633㎡를 매입하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총사업비는 부지매입비 86억 원을 포함해 116억 원, 전액 시비로 충당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재정자립도가 12.5%에 불과한 열악한 지방재정을 고려할 때 사업비 부담이 너무 과한 데다, 시민 공감도 형성도 부족하다며 반대했다. 여기에 공시지가 대비 5배나 비싼 값에 매입하기로 한 땅 중 일부가 천영기 시장 친인척 땅으로 확인되면서 특혜 시비까지 불거졌다. 결국 산건위는 작년 9월 제232회 임시회 제1차 회의에서 관련 계획안을 표결 끝에 부결했다.

이어 통영시가 ‘사업 철회’를 발표하자 ‘산양읍파크골프장유치추진위원회’를 꾸린 주민들은 사업 재추진을 요구하며 시와 시의회를 압박했다. 이에 천 시장은 올해 초 산양읍 연두순방에서 2월 임시회 때 계획안을 재상정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해 부결된 계획안을 추가 검토나 보완 없이 제출해 야당의 반발을 샀고, 계속된 논란에 임시회 개의 이틀 전 사업 규모를 일부 축소한 수정안을 다시 제출했다. 수정안은 천영기 시장 이종사촌 땅(4287㎡)을 사업부지에서 제외해 특혜 시비를 차단했다. 이를 통해 부지 매입비와 공사비를 각각 8억 원, 3억 원 줄여 총사업비를 105억여 원으로 낮췄다. 또 사업 완료 기간을 2026년에서 2028년으로 2년 연장하고 정부 특별교부세까지 더해 지방 재정 부담을 최소화 하기로 했다.

제안 설명에 나선 이유섭 건설과장은 “(시장 친인척 땅은) 계획상 가장자리라 제척해도 사업 추진에 지장은 없다”며 “다른 논쟁은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지만 특혜 부분은 제외하지 않으면 사업 종료 때까지 안고 가야 해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형 사업을 시행하면서 (시의회와) 소통과 사전 절차가 부족했다. 심려를 끼쳐 매우 죄송스럽다.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업무추진에 참고하겠다”고 고개를 숙인 뒤 동의를 구했다.

통영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17일 열린 제235회 임시회 첫 회의에서 ‘산양지구 파크골프장 조성사업 편입 토지 취득 관리계획안’을 표결 없이 원안 가결했다. 김민진 기자 통영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17일 열린 제235회 임시회 첫 회의에서 ‘산양지구 파크골프장 조성사업 편입 토지 취득 관리계획안’을 표결 없이 원안 가결했다. 김민진 기자

이후 수정안을 놓고 다시 한 번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최미선 의원은 사업 대상지 적절성과 공인구장 인증 여부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재차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 의원은 자체 분석 자료를 토대로 “전체 공시지가를 보면 보상비 문제로 제외된 남평리 부지(옛 한려자동차학원 인근)가 더 낮다. 같은 비용이면 멀지 않은 곳에 더 넓은 땅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통영시가 사업지로 낙점한 삼덕리 부지 ㎡당 평균 취득예정가격은 18만 193원인데 반해, 남평리는 15만 7503원이다. 통영시 계획대로라면 삼덕리는 78억여 원을 들여 4만 3356㎡를 매입 할 수 있고, 남평리는 81억여 원으로 5만 1799㎡를 확보할 수 있다.

공인구장 인증 여부에 대해선 (사)대한파크골프협회 규정을 근거로 “공인구장으로 인정 받기 어렵다”고 짚었다. 해당 규정은 공인구장 면적에 대해 ‘경기자 안전과 홀 배치를 고려해 1개 코스 9홀 기준 최소 8250㎡이상(부대시설 별도)’으로 명시해 놓고 있다.

최 의원은 “36홀 기준으로 하면 통영은 축구장 1개 면적이 부족하다. 약간의 변동성을 고려해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공인구장이 될수도 없는데 굳이 사업할 필요가 있나”고 반문했다.

이에 전병일 의원은 “이제 와 부지를 변경하는 건 주민을 갈라치기 하는 것인 만큼 절대 반대”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빚을 내는 게 아니라 재산을 취득하는 안건인 데다, 연 700억 원 상당인 통영시 세수를 고려할 때 부담도 크지 않다”면서 “낙후된 지역 발전과 침체한 지역 경제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찬성 의견을 냈다.

박상준 의원도 이제는 갈등을 봉합해야 할 시점이라며 찬성 의견에 힘을 실었다. 박 의원은 “100억 원이 아니라 1000억 원이 들어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안 된 상태서 하다 보니 갈등만 커졌다”면서 “누가 봐도, 환영하고 축복하는 사업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시간여에 걸친 질의응답이 끝나고 노성진 위원장은 ‘토론 종료’를 선언했다. 그리곤 의사 진행 절차에 따라 안건을 ‘원안 가결’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 석연찮은 장면이 연출됐다. 최미선 의원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노 위원장이 거부하면서 또 다른 논란 여지를 남겼다.

통영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17일 열린 제235회 임시회 첫 회의에서 ‘산양지구 파크골프장 조성사업 편입 토지 취득 관리계획안’을 표결 없이 원안 가결했다. 김민진 기자 통영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17일 열린 제235회 임시회 첫 회의에서 ‘산양지구 파크골프장 조성사업 편입 토지 취득 관리계획안’을 표결 없이 원안 가결했다. 김민진 기자

노 위원장은 가결 직전 “이의 없으십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최미선 의원이 “이의 있습니다”고 답했다. 하지만 노 위원장은 “찬반 투표는 토론 시간에 한다. 토론을 종결했으니 되돌릴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 위원장은 재차 ‘이의 여부’를 물었고, 이번엔 이의 제기가 없자 곧장 가결을 선포했다.

이를 두고 ‘절차적 하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토론과 별개로 의결 과정에 이의 제기가 있다면 다시 합의 절차를 거치든지, 아니면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것이다. 최미선 의원은 오후 성명서를 통해 ‘날치기 통과’라고 반발했다. 최 의원은 “정당한 의사진행을 묵살한 노성진 위원장은 사퇴하고 관련 안건은 재심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상임위를 통과한 ‘산양지구 파크골프장 조성사업 편입 토지 취득 관리계획안’은 오는 19일 열리는 제2차 본회의에서 최종 집행 여부를 결정한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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