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특별법, 17일 국회 상임위 소위 통과…여야 합의 처리
쟁점이던 저장시설 용량 ‘설계 수명’ 기준으로 정해
송전설로 확충 위한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도 통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핵폐기물) 영구저장시설 마련의 근거를 담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이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그동안 쟁점이 됐던 원전 부지 내 핵연료봉 저장시설 용량은 ‘설계 수명 중 발생 예측량’으로 제한됐다. 이에 따라 원전 수명 연장에 따른 저장용량 증가 논란은 해소될 전망이다.
산자위는 이날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어 고준위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여야 합의로 첫 관문을 넘은 고준위 특별법은 본회의에서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원전을 가동하면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 부지에 저장하거나 영구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시설과 중간 저장 시설이 마련된다. 구체적으로 2050년까지 중간저장시설을, 2060년까지 영구 폐기장을 짓기로 규정했다. 이 기간 원전 내 폐연료봉을 보관하는 수조가 포화하면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에 임시 저장하고, 해당 지역 주민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현금성 지원을 하게 된다.
최대 쟁점이었던 원전 부지 내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용량은 원전 반대 입장인 야당안이 관철돼 ‘설계 수명 중 발생 예측량’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원전의 수명연장을 고려해 별도의 심의 절차를 거치면 저장용량을 늘릴 수 있도록 ‘원자로 운영 허가 기간의 발생 예측량’으로 하자고 맞선 바 있다.
그러나 고준위 특별법 처리가 계속 지연되자 정부 측이 저장용량 규정과 관련 야당안을 받을 수 있다고 물러서면서 합의처리를 위한 길이 열렸다. 정부 측은 최근 법안소위에서 ‘설계수명 기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양으로 제한’하는 민주당 김성환 의원 안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측은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부지 선정 자체가 매우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국회)논의를 통해서 결정하는 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윤석열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단계적으로 폐기하면서 추가 원전 건설 계획을 잇달아 내놨지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방폐장이 없는 상황은 장기적으로 국내 원전의 안정적 운영이나 수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거라는 우려를 낳은 바 있다. 이 법안이 무산되면 2030년 한빛 원전, 2031년 한울 원전, 2032년 고리 원전 순으로 원전 내 수조가 가득 차게 된다.
한편 이날 소위에서는 송전선로 확충 등의 내용을 담은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도 통과됐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국가기간전력망으로 지정된 전력망은 국가 지원을 토대로 송전선로 확충 및 전력 생산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전력망법은 국가기간전력망 관련 실시계획을 수립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이 60일 이내에 주민 의견을 수렴해서 회신하도록 했으나, 이 기간이 지나면 협의를 마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넣어 사업이 지연되는 상황을 방지했다. 또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고 수도권 전력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된 전력은 생산지에서 우선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계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흐름에 대비하기 위한 조항도 포함됐다.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른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고려해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