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눈앞’ 지역 기업 활기 찾을까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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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사우디서 종전 협상
대러 제재 신음 기업 안도감
미 관세 부과에 ‘러’ 대안 부상
우크라이나 재건 참여 가능성

미국이 러시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부의 수출통제 전담 상담창구 ‘러시아 데스크’ 모습. 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부의 수출통제 전담 상담창구 ‘러시아 데스크’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 3년 만에 종식 협상에 들어가면서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수출 감소가 불가피했던 지역 기업들이 활기를 찾을지 주목된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백악관 중동특사는 16일(현지 시간)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을 위해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이날 밤 사우디 방문길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 중동 지역을 순방 중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사우디에서 만날 예정이다. 사우디에서 진행될 이번 협상은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종전 협상에 즉각 착수하기로 합의한 것의 후속 조치에 해당한다.

이번 회담에서 배제된 우크라이나 측이 반발하는 데다 EU 역시 종전 협상에 ‘패싱’됐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종전으로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전쟁으로 경영 악화를 겪었던 지역 기업들은 종전 기대감에 안도감을 표하고 있다.

전쟁 발발 전 부산의 대러 수출입 비중은 타시도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실제 부산상공회의소가 2022년 전쟁 발발 당시 내놓은 집중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전인 2021년 대러 수출액은 3억 2000만 달러(2.2%)이며 국가별 수출 순위는 10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1.5%, 12위)에 비해 부산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다. 대러 수입액과 수입국 순위 역시 각각 8억 2000만 달러(5.4%)와 5위로, 전국 평균(2.8%, 9위)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직간접적인 비즈니스를 벌인 지역 기업만 100여 곳에 이른다.

하지만 3년간의 전쟁으로 지역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철강 분야의 타격이 컸다. 전쟁 발발 전만 해도 대러 수출품목 가운데 철강이 1위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순위 밖으로 한참 밀려났다. 특히 철강판 수출 비중은 전쟁 발발 전의 4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수출액도 3년새 1억 달러가 증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상의는 “친러 정책을 토대로 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러 무역 제재까지 겹치면서 지역 기업의 러시아 수출 판로가 막힌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종전 협상을 통해 미국과 러시아의 화해 무드가 조성되자 일부 기업들은 러시아 수출 판로 개척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관세 부과로 인해 중국의 전방위적인 저가 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우려되지만, 금융 등 러시아 제재가 풀리면서 수출에 숨통이 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선박을 대상으로 한 부산 수리조선업도 회복세를 기대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수출 다변화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전쟁동안 중국이 러시아 시장을 잠식한 만큼 러시아의 기존 거래처를 더욱 공들이는 데 집중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제2의 마셜플랜’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협력사로서 동반 진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부는 전쟁이 한창이던 2023년 7월 폴란드 정부와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부산상의는 “지역에선 큰 이익이 없을 수는 있지만 전력 기기와 H빔 등 건설 관련 철강재 업체에게는 호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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