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 사업 재편에 성공한 부산 중소기업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극동일렉콤, 해상 컨테이너 도전
모니터링 시스템 상용화에 성공
탱크테크, 전기차 화재 진압 관심
국내외 전시회서 잇단 호평·수상

이종기 극동일렉콤(주) 대표가 ‘냉동 컨테이너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EM-RCS)’을 설명하고 있다. 극동일렉콤 제공 이종기 극동일렉콤(주) 대표가 ‘냉동 컨테이너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EM-RCS)’을 설명하고 있다. 극동일렉콤 제공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구조 개편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자금 부족과 각종 규제 등의 장벽이 여전하지만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새로운 거래처 확보 등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역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부산상공회의소가 중심이 된 동남권 사업재편 현장지원센터(이하 센터)의 지원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기대한다.

■선박용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1992년 설립된 극동일렉콤(주)은 선박용 조명기구 전문 제조업체로 이름이 났다. 선박용 LED조명기구 등 다양한 조명 품목에서 품질의 우수성을 인증받으면서 세계시장 점유율 2위에 올라섰다. 국내외 선박 4000여 척에 극동일렉콤표 조명 제품이 납품되고 있다.

극동일렉콤은 선박용 조명기구 전문기업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2010년대 초반 조선 경기가 위축되면서 사업 다각화를 고민하던 극동일렉콤이 주목한 것은 해상 컨테이너였다. 온도에 민감한 상품의 경우 컨테이너당 최대 수백억 원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데, 당시에는 항만에 냉동 컨테이너선이 들어오면 별도 인력을 투입해 일일이 수작업을 거쳐 온도를 확인해야 했다.

극동일렉콤은 수작업의 번거로움을 줄이면서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3년여 간 연구한 끝에 2016년 ‘냉동 컨테이너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EM-RCS)’을 개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EM-RCS는 컨테이너 출발 도시와 내용물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동시에 온도 변화에 따른 알람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일일이 수작업을 하지 않고도 사무실 관제실에서 모든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온도 유지뿐만 아니라 개별 컨테이너의 전기 소모량도 측정이 가능해 컨테이너가 하루에 쓰는 전기량을 정확하게 측정해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거두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극동일렉콤은 이 시스템으로 2016년 장영실상 등을 수상했으며, 해외 유수 항만은 물론 2022년 부산항 신항 2-4부두에 납품했다. 최근엔 국내 첫 완전 자동화 항만인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 2-5부두에도 납품을 완료하는 성과를 거뒀다.

극동일렉콤은 항만터미널에 이어 해상 컨테이너 선박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컨테이너 선박에 바로 적용하면 온도에 민감한 컨테이너 화물을 항공이 아닌 해상으로 운송할 수 있어 운송비 절감은 물론 화주와 해운사도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극동일렉콤 박영환 영업담당이사는 “해상 컨테이너 선박용 시스템이 보급될 수 있는 시장은 무한대라고 여겨진다”며 “동남권 사업재편프로그램을 통한 업무 지원·협력은 제2 성장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에서 미래모빌리티로

선박용 고속 압력·진공 밸브 등을 생산해 온 탱크테크(주)는 1991년 설립 이래 다양한 조선해양기자재를 생산해 왔다. 2006년 부산시 전략산업 선도기업으로 선정됐으며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우수기술연구센터로 지정되는 등 기술력을 꾸준히 인정받아 왔다. 특허만 40여 개에 이를 만큼 연구개발이 일상이던 탱크테크는 선박 컨테이너 내부 화재 진압 시스템 등 화재 진압 원천기술도 보유했다.

해상 미분무소화설비 시장의 강자로 꼽힌 탱크테크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이 중소기업 지탱의 원동력이라고 믿고 화재 진압과 관련한 원천 기술을 활용해 다른 영역에 진출해 보고자 결심했다. 바로 전기차였다.

일반적인 차량 화재와 달리 전기차 화재는 물이 쉽게 침투하지 못해 진압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본 탱크테크는 보유 중인 화재 진압 관련 원천 기술을 전기차에 적용하기로 결심했다. 2022년부터 1년여 간 대학·소방관련 연구소 등의 도움을 받아 기술 개발에 매진한 끝에 ‘전기차 화재 진압 장치(EV-Drill Lance)’가 탄생했다.

지난해 특허 기술로 인정받은 EV-Drill Lance는 전기차 화재에 특화된 첨단장비로, 불이 난 전기차 하부로 넣어 소방차 수압을 이용해 하부에 위치한 배터리 팩에 직접 구멍을 뚫고 물을 주입하는 방식을 취한다. 열 폭주 현상을 막아 단시간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24 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품 전시회에서 은상과 특별상을 수상한 데 이어 같은 해 행정안전부 소방안전 산업대상을 받는 등 국내외서 호평이 이어졌다.

탱크테크는 화재 실험과 관련한 규제가 많아 별도 실험실을 마련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드는 가운데서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소방서 중심으로 보급이 활발한 이동식 뿐만 아니라 무인 고정식 화재 진압 장치도 개발했다.

탱크테크 주미정 상무는 “중소기업이다 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판로 개척을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센터와 수차례 협의면서 방법을 모색 중”이라며 “센터 차원에서 연구개발 관련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다양한 제품을 보다 빨리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