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찌꺼기로 환경·일자리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영도 우리동네ESG센터 4호점
지역 카페와 협약·재활용 나서
벽돌·화분·열쇠고리 등 만들어
“이렇게 강하게 내리쳐도 쉽게 부서지지 않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1시 30분께 부산 영도구 동삼동 우리동네ESG센터 4호점. 센터 관계자가 연신 바닥에 커피박(커피 찌꺼기)으로 만든 벽돌을 던졌다. 커피박 벽돌은 제법 강한 충격을 받았으나, 약간의 흠집 외에는 균열조차 생기지 않는 단단한 모습을 보여줬다.
센터는 영도구 내에서 발생한 커피박을 수거해 다양한 물건으로 재활용하는 곳이다. 동삼동 주공아파트 상가 지하 1층 583.4㎡ 규모로, 25일 정식 개소를 앞두고 있다. 노인 일자리 연계로 어르신 50명이 근무한다.
지난 20일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연신 커피박 반죽을 주무르고 자르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커피박 반죽은 건조한 커피박과 채소 추출물 가루 ‘SA2’, 물을 섞으면 만들어진다. 다른 한편에서는 어르신들이 토마토, 코끼리 등이 그려진 틀로 반죽을 다듬고 있었다. 쿠키를 만드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커피박 반죽으로 벽돌, 연필, 화분, 열쇠고리 같은 다양한 물건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 유명 카페들이 자리를 잡으며 ‘커피섬’으로 거듭나고 있는 영도구가 지역에서 배출하는 커피박을 재활용할 채비를 마쳤다. 지역적 특색을 살린 친환경 정책과 노인 일자리 확보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를 모은다. 해운대·금정·동구 등 다른 지역 ‘우리동네ESG센터’는 플라스틱 쓰레기, 장난감을 재활용하는 게 주된 일이었다.
영도구청 측은 피아크, 모모스 등 관내 5개의 카페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해당 카페들이 배출하는 커피박을 받기로 한 것으로, 그 분량만 매일 100kg에 달한다.
구청에 따르면, 센터에 근무하는 어르신 50명은 한 달 동안 60시간 근무한다. 또한 봉사자 신분으로 200명의 어르신이 외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커피박 등을 수거하고 있다. 센터에서 일하는 어르신들도 만족감이 상당하다. 환경을 보호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어서다.
변윤경(67) 씨는 “65세 이상은 취업하기 힘든데, 일할 수 있어 좋고 친구들도 부러워한다”며 “커피박을 재활용할 수 있는지 처음 알았고,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센터 측은 “올해 상반기 동안 상품 개선을 거쳐 내년부터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영도 커피 페스티벌’과 ‘영도다리축제’ 등에서도 커피박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센터장을 맡은 부산영도시니어클럽 김정현 관장은 “어르신들의 역량을 높이고 판로를 개척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준현 기자 joon@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