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지고 내려앉은 부산역 승강장… 안전 진단 시급
바닥 경사 철로 쪽으로 기울고
타일 곳곳 깨져 지반 침하 의심
북항 재개발 공사 등 영향 추정
정확한 원인 찾고 대책 세워야
부산역에서 승강장 바닥이 처지거나 변형되는 등 지반이 내려앉은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 승객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근에서 진행 중인 북항 재개발 공사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부산역 일대 지반 상태를 정확히 분석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오전 KTX와 SRT 등 고속철도가 오간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북항 재개발 지역과 가장 근접한 11번 승강장 바닥 곳곳은 매끄럽게 평탄한 모습이 아니었다. 철로와 가까운 승강장 끄트머리 곳곳이 중간 바닥 쪽보다 훨씬 꺼져 있었다. 처진 바닥 주변 타일을 밟으면 반대쪽이 삐져 올라오기도 했다. 대합실로 이어지는 계단이 설치된 바닥 일대는 타일이 깨지거나 옆쪽이 내려앉은 상태였다.
3호차 탑승구 왼쪽 바닥 위엔 ‘보수 예정 안내’가 적힌 안내문도 붙었다. 수리 예정일을 2월 10일로 명시했지만, 틈이 생긴 바닥 타일은 이날까지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철로 옆을 따라 걸으면 바닥 높낮이가 울퉁불퉁하게 달라지는 구간도 있고, 바닥 경사가 철로 쪽으로 기운 부분도 쉽게 눈에 띄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문제를 인지한 후 국가철도공단에 정밀 안전 진단을 요청했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관계자는 “국가철도공단 측과 지난 3일 합동 점검을 진행했다”며 “그 자리에서 회의를 열어 긴급으로 안전 진단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부산역 승강장 곳곳이 가라앉은 듯한 현상은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선 부산역 옆 충장대로를 포함한 북항 재개발 지역 공사가 영향을 미쳤다는 추측이 나온다. 부산역에서 50m 정도 떨어진 충장대로에서 지난 7일 북항 지하차도 공사 중 지반 침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동구청에 따르면 당시 지반 침하는 길이 25m, 폭 6m, 깊이 1~10cm에 평균 4cm 규모였다. 동구청 관계자는 “당시 지하차도 공사 중 설치한 흙막이 시설을 제거하자 주변 상부 지반이 영향을 받았다”며 “그 여파로 도로에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북항 재개발 공사를 포함해 부산역 일대 지반에 영향을 미친 명확한 원인을 찾고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진교 부산과학기술대 첨단공학부 교수는 “승강장 바닥이 가라앉는 원인으로 처음부터 부실 시공이었거나 지하수가 빠져나가 지반 침하로 이어진 상황 등을 추정할 수 있다”며 “주변에 공사가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외부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밀 안전 진단을 통해 명확한 원인을 밝히는 게 우선”이라며 “사고가 나기 전에 대책을 세우고 안전 관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