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들의 시간’ 들어간 윤 탄핵…11차례 변론 최대 관심은 ‘계엄군 국회 간 이유’
국회 해제요구안 처리 막으려 했느냐 취지 12차례 질문
계엄 심의 국무회의 적법성, 정치인 체포 등에도 관심
계엄 선포 이유에는 질문 적어…‘행위’ 위헌성 여부에 초점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이 11차례 열린 끝에 25일 마무리됐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를 보면 약 2주 뒤인 최종 선고 시점까지 8인의 헌법재판관들은 평의를 통해 탄핵 여부에 대한 의견을 모은다. 이 과정은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3월 중순까지는 오롯이 ‘재판관들의 시간’이다. 다만 11차례의 변론에서 재판관들의 질문이 집중됐던 쟁점들에서 헌재 결정의 향배를 가늠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하다.
11차례 변론 동안 17차례 이뤄진 증인신문에서 재판관들의 최대 관심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의 목적이었다. 재판관들은 국회의사당에 투입된 계엄군이 계엄 해제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려 했는지 여부에 대해 7명의 증인에게 모두 12차례나 물었다. 헌법상 대통령은 국회 해산권이 없으며 계엄 상황이라도 국회 활동을 방해할 수 없다. 만약 계엄군을 통해 국회 장악 및 해산 시도가 사실일 경우,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로 판단할 수 있다.
이에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애초에 국회 본청 건물 안에 군 병력이 왜 굳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느냐”부터 물었고, 김형두 재판관 역시 ‘입법 활동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었다’는 김 전 장관의 답변에 대해 “국회의장도 출입구로 못 가서 담을 넘었고, 일부 국회의원은 병력이 진출로를 열어주지 않아 못 들어간 일도 있었다”면서 “발언과 달리 국회 봉쇄가 목적이 아니었나 하는 정황이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 재판관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당일 윤 대통령이 전화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대상에 대해 ‘의원’, ‘인원’ 등 여러 단어를 쓰자, “(대통령에게)들은 이야기만 정확히 하라”며 표현의 정확성을 꼼꼼히 검증하는 모습을 보였고, 곽 전 사령관은 최종적으로 ‘인원’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비슷한 지시 내용을 진술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헌재에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재판관들은 조성현 수방사 1경비단장을 증인으로 직권 채택했고, 지난 13일 8차 변론에 출석한 조 단장은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내부에 들어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계엄 전 국무회의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 여부도 재판관들이 주의를 기울인 부분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용현 전 장관 등을 상대로 5차례에 걸쳐 질의·답변이 이뤄졌다. 계엄 선포 전 약 5분간 열린 국무회의 실체 역시 ‘계엄 선포와 해제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89조 5호)는 헌법 조항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정 재판관은 김 전 장관을 상대로 “윤 대통령이 계엄의 구체적인 내용을 얘기했는지” “계엄선포문에 국무위원 부서(副署)가 있었는지” 등을 따졌고, 김 재판관은 이 전 장관을 상대로 “개회선언, 안건 설명, 폐회 선언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김 전 장관은 “정상적인 국무회의였다”는 취지로 답변했지만, 한 총리는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다.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엇갈린 증언을 했다.
정치인·법관·언론인 체포 지시의 진위 여부도 중요 질문 소재였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여라’라고 지시했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체포 명단을 불러줬다”고 폭로해 촉발된 쟁점으로, 홍 전 차장은 이 문제로 유일하게 변론에 두 번 출석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이 작성한 ‘체포 명단’의 가필 여부, 작성 장소에 대한 진술 변화 등을 거론하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정 재판관은 여 전 사령관이 검거 지원을 요청했다면 ‘검거 요청’이 아니라 ‘검거 지원’이라고 적어야 하지 않았냐 지적했고 홍 전 차장은 “다소 합리적이지 않게 적어놨던 부분”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증인으로 나와 “검찰 조사에서 사실대로 진술했다”며 홍 전 차장과 같이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재판관들은 이처럼 계엄군 활동과 국무회의의 합헌성, 정치인 체포 지시 여부를 집중적으로 캐물은 반면, 윤 대통령 측이 계엄 선포 배경 중 하나로 밝힌 부정선거 의혹이나 야당의 입법·탄핵·예산 폭거에는 거의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이미선 재판관이 김 전 장관을 상대로 “계엄 목적이 야당에 경종을 울리고, 부정선거 증거 수집을 위한 것이냐” “국가비상입법기구가 제5공화국의 국가입법회의 같은 건가”라고 물은 것 외에는 관련 질문이 없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