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사라진 삼한사온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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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기온이 갑자기 크게 떨어지는 자연 현상을 한파라고 한다. 아침 최저기온이 이틀 이상 영하 15도 또는 영하 12도를 밑돌 때 각각 한파 경보와 한파 주의보가 발령된다. 급격한 기온 저하로 중대한 피해가 생길 것을 경계해서다. 지난주 내내 강추위가 맹위를 떨친 강원·경기 등 중부와 경북 북부 지역에 한파 경보와 주의보가 내려졌다가 지난 24일 해제됐다. 이날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는 꽃샘추위 속에서 봄의 전령사인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이제 겨울 막바지 추위가 물러가는 모양새다. 기상청은 앞으로 날이 풀리면서 기온이 차츰 올라 온화해진다고 예보했다. 며칠 뒤 낮 온도가 두 자릿수로 오르고 3월 중하순만큼 포근할 전망이라고 한다. 부산·울산·경남에는 주말부터 봄을 재촉하는 비 소식이 예보돼 있다.

만물이 약동하는 경칩을 코앞에 둔 봄의 문턱에서 돌이켜보면, 올겨울은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사라진 점이 큰 특징이다. 삼한사온은 사흘 동안은 비교적 춥고, 나흘간 날이 풀리는 걸 뜻한다. 겨울철 시베리아 고기압의 주기적인 확장과 수축에 따라 춥고 따듯한 날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겨울을 상징하는 뚜렷한 날씨 경향이었다. 그 시절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삼한사온을 배울 정도로 일반화돼 있었다. 한데, 이번 겨울에는 전국 곳곳에 닥친 한파가 짧게는 6일, 길게는 8일 이상 이어진 경우가 잦았다. 삼한사온이 실종된 긴 한파가 겨울을 점령해 버린 게다.

반면 지난해 겨울에는 포근한 기온이 지속된 날이 많았다. 이때도 삼한사온은 이상 고온 탓에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이 바람에 지난해 매화가 평년보다 한 달가량 일찍 개화해 지자체들이 봄꽃 축제 개최 일정을 잡는 데 혼선을 준 바 있다.

이같이 요 몇 해 사이 겨울에 극단적으로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는 원인은 지구온난화에 있다는 게 기상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국 겨울 날씨에 영향을 준 전통적 기후요소는 시베리아 기압계였는데, 근년 들어 심해진 이상 기후에 따른 북극 얼음의 양과 제트기류 변화가 큰 변수로 작용해 변동성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기후변화로 기상 관측과 꽃 개화 시기 예측이 점점 어려워진다. 인류가 지구에 악영향을 끼치는 데 대한 자연의 역습이거나 보복이지 싶다. 정확한 예측이 어렵고 변동성이 큰 날씨는 자칫 재해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경각심을 갖고 탄소 배출량 감축 등 온난화 해소에 더욱 노력할 일이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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