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부산 관광에도 봄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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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영산대 호텔경영학과 교수

새롭게 변모한 경주 골목 상권
예약 앱이 바꾼 관광·식당 문화
MZ세대 사로잡은 점집 자판기

부산 숨겨진 노포 맛집 변신 절실
소비 트렌드 효용 가치 중심 변화
부산 관광, 디테일한 기술 적용해야

최근 몇 차례의 비가 내리더니 봄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러나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 소식을 들으면 요즘의 관광 경기가 떠오른다. 통계청 데이터에 따르면 부산의 소상공인 및 자영업 지표는 여전히 부진하다. 이를 반영하듯, 매년 2월 14일이면 초콜릿 판매로 활기를 띠던 거리가 올해는 유난히 조용했다. 해운대나 광안리를 둘러봐도 예전만큼 관광객이 보이지 않는다. 관광 경기가 얼어붙은 듯했지만, 얼마 전 방문한 포항과 경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부산에서 사라진 관광객들이 경주에 몰려 있는 듯했다.

포항에서 우연히 방문한 딸기 체험 농장은 겉보기에는 한산해 보였지만, 예약 앱을 통해 끊임없이 체험객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이 농장은 아들이 아버지의 여덟 동 딸기 하우스를 물려받아 열두 동으로 확장했다. 주요 체험 방문객인 어린이들을 고려해 재배시설을 바꾸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자동화 시설을 도입하며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었다. 또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한 홍보 전략을 통해 직거래 판매를 활성화하며 인기 체험농장으로 자리 잡았다.

경주 또한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 기존의 유명한 황남빵과 경주빵 가게들이 식품 공장으로 이전하면서, 그 자리는 새로운 경주빵 가게들이 차지했다. 평범했던 골목들은 활기찬 상권으로 변모했고, 주막처럼 꾸며진 술집, 소담스러운 밥집,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기념품 가게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방문하려던 식당에 전화했더니 예약 앱을 통해 예약하라고 안내를 받았다. 이 앱은 대기 팀 수와 예상 대기 시간을 상세히 알려주며, 대기자 수가 줄어들 때마다 알림을 보내주었다. 덕분에 줄을 서지 않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경주의 거리에는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 삼삼오오 모여 다니는 여행객,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까지 활발하게 오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돌담집을 개조한 한 점집을 발견했는데, 점괘를 봐주는 사람이 아닌 자판기가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방문객들은 오늘의 운세부터 재물운, 학업운, 취업운, 연애운 등등 다양한 고민거리마다 버튼을 누르도록 되어있는 자판기에서 운세를 뽑고, 고민과 결심을 메모지에 적어 벽에 붙였다. 아마도 이곳은 점괘를 통해 자신의 고민거리를 털고 말 못 하는 사연을 여기 벽에다 붙여놓는 소통방식으로 MZ세대들에게는 먹히는 핫플이 된 것 같았다. 부담 없는 500원의 가격으로 초등학생부터 청년들까지 사로잡으며 인기 명소가 되었다. 관광지가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얼마나 창의적으로 변화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오십 대인 나는 경주 관광지에선 보기 드문 ‘노땅’이었다.

경주가 젊은 여행객들로 가득 차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경주는 낮은 집들과 전통 한식 위주의 메뉴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퓨전 음식부터 스테이크, 화로구이, 파스타, 피자까지 다양한 메뉴를 제공한다. 게다가 맛집을 도착 전에 예약하여 대기 시간을 줄이고, 주변을 구경하다가 알람이 울리면 식당으로 이동하는 시스템 덕분에 더욱 편리한 여행이 가능해졌다. 맛집 식당에 줄 서다 하루를 허비할 뻔했지만, 예약 앱 덕분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관광과 미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경주는 통일신라시대를 넘어 현대적인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었다.

한편, 부산의 숨겨진 노포 맛집들도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비대면 기술을 익히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웠던 시기에, 2세대들이 1세대와 함께 배달앱을 도입하고 포장 기술을 개발하며 살아남았다. 그 결과, 현재는 SNS 홍보와 함께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2세대가 가업을 이어받았지만, 과거의 명성으로만 유지될 뿐 대표메뉴는 정체성을 잃고, 유행하는 메뉴로 바뀌면서 다른 식당의 맛이 더 낫다는 혹평을 받으며 경쟁력을 잃어가는 맛집들도 있다.

오늘날 소비 트렌드는 효용 가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 부산에서 강릉까지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교통 인프라가 발전한 상황에서, 관광객들은 이동 시간보다 체류 시간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관광지에서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줄이고, 효율적인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디테일한 기술의 접목이 필수적이다.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 실질적인 생활 기술로 관광의 세부적인 부분을 개선할 때, 부산 관광도 명품 관광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고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이유를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제 관광에도 디테일한 기술을 적용해야 할 때다. 생활 속 기술이 세밀하게 적용될 때, 부산 관광은 다시 명품 관광으로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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