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턱 넘은 고준위특별법, 갈 길 ‘산 넘어 산’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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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선정·주민 반대 등 넘어서야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구가 입지 선정
"중간처분장 입지 선정·착공 서둘러야"
"원전시설 인식 개선" 의견도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원전 가동 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방폐물)의 안전한 관리 및 영구처분을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고준위특별법)'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2016년부터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 지 9년 만이다.

그러나 특별법이 영구처분장 부지 선정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못한 만큼, 향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방폐장) 건설 과정에서 주민 반대와 지자체 협의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고준위특별법은 △국무총리 소속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원회 설치 △고준위 방폐장 부지선정 절차 마련 △고준위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방안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설치 시 주변지역 의견수렴 및 지원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이 법안은 고준위 방폐물 중간저장시설은 2050년 이전, 영구처분시설은 2060년 이전 운영을 목표로 규정하고 있어 정부는 법 시행에 맞춰 부지선정 절차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고준위특별법은 사용후핵연료의 임시·중간 저장 시설과 영구처분장 등을 건설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데 의미가 있다. 당장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원전 등 국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률이 줄줄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원전 핵연료 저장 문제에 영구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 부지 밖에서 영구처분하는 시설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현재 가동 중인 원전들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은 경주 중저준위방폐장 동굴처분시설. 부산일보DB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은 경주 중저준위방폐장 동굴처분시설. 부산일보DB

특별법에 따라 향후 처분시설 부지 선정은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구가 담당하게 된다. 다만, 부지 선정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의 경우 특별법에 포함되지 못했다. 따라서 원전 시설을 꺼리는 지역 주민과 지자체 등을 설득하는 과정이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주민 반대로 최장 150개월까지 지연된 송배전망 건설과 같이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 건설도 중장기적인 사회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에너지 전문가들은 “우여곡절 끝에 22대 국회에서 고준위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 등 건설까지는 갈 길이 먼 만큼, 우선 중간저장시설 입지 선정과 착공이라도 빨리 진행해야 한다”며 “2030년까지 5년 남았는 데, 중간처분장 마련까지 실제로는 7∼8년 이상도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와 달리 원전 시설에 대한 주민 인식이 개선됐기 때문에 중간저장시설 등 부지 선정도 어렵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원자력 업계 일각에서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 시설의 용량을 두고 '설계 수명 중 발생 예측량'을 기준으로 삼은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원전 비중 확대에 반대하는 야당의 입장이 관철된 것으로, 건식저장 시설의 용량이 차면 계속운전을 못하게 강제한다는 논리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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