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리딩 도시 거제] 글로벌 조선 ‘절대 강자’ 한화오션·삼성중공업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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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황에 반전 노리는 양대 조선소

한화오션, 지난해 국내 최다 수주
세계 최초 LNGC 200척 인도 기록
함정 MRO·KDDX 방산 공략 속도
삼성중, 해양플랜트 독보적 우위
고부가가치 FLNG 수주 세계 1위
기술 고도화·생산 역량 강화 주효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왼쪽)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부산일보DB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왼쪽)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부산일보DB

‘조선 도시’ 경남 거제가 들썩이고 있다. 10여 년 만에 맞은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타고 거제를 움직이는 두 개의 심장,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제대로 된 반전 기회를 잡았다. 특히 ‘트럼프 2.0’ 시대 화석연료 우선 정책에다 환경 규제 강화로 고부가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운반선(LNGC),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인 데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방위산업 시장도 상당한 호재가 예상된다. 이로 인한 낙수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잔뜩 움츠렸던 지역 경제도 기지개를 켤지 주목된다.

LNG 운반선 4척을 동시에 건조 중인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1독. 한화오션 제공 LNG 운반선 4척을 동시에 건조 중인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1독.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

한화오션은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라는 비전 아래 해양 탈탄소화와 에너지 전환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상선·특수선·해양 프로젝트 전반에서 시장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지난해 81억 5,000만 달러어치를 쓸어 담으며 단일 조선소 기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주고를 올렸다. 여기에 고부가 선박 비중을 확대해 2020년 이후 4년 만에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미 충분한 일감을 확보한 만큼 무리한 수주 경쟁보단 수익성 개선과 경쟁사를 압도할 ‘초격차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며 흑자 경영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관건은 수주잔량만 70척이 넘는 LNGC다. LNGC 한화오션이 시장을 압도하는 선종 중 하나다. 최근 세계 최초로 200번째 선박으로 성공적으로 인도하며 세계 조선산업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해 역대 최다인 22척을 건조했고, 올해는 이보다 많은 25척 연속 건조를 예정하고 있다.

무탄소 시대를 대비한 친환경 선박 시장에도 집중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 30%, 2050년 50% 감축하려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연소 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하지 않는 암모니아를 중심으로 수소, 수소연료전지 연료 선박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친환경 기술 개발에 주력해 온 한화오션은 세계 유수 선급으로부터 암모니아추진선, LCO2운반선, 이산화탄소-암모니아 이종화물운반선 인증과 실증까지 마쳤다. 이후 지금까지 세계 최대 크기인 9만 3000㎥ 규모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 7척을 수주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함정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충무공이순신함, 대구함, 율곡이이함, 광개통대왕함.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이 건조한 함정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충무공이순신함, 대구함, 율곡이이함, 광개통대왕함. 한화오션 제공

수상함, 잠수함 등 첨단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특수선 분야도 한화오션의 주무대다. 한화오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은 1981년 방산업체 지정 이후 함정 건조를 시작해 대한민국 대양해군 신호탄을 쏜 개척자다. 국내 최초로 구축함 100% 자체 설계·건조에 성공하며 한국형 구축함 건조 사업에 모두 참여한 유일한 조선사다.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1998년 3월 방글라데시 해군 호위함 수주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영국, 노르웨이, 태국에 수상함을 수출했다.

잠수함 분야도 마찬가지. 1993년 국내 최초 전투 잠수함 건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한국 해군 전투잠수함(장보고-I, II, III) 모든 선종을 건조했다. 2006년과 2017년, 2021년에는 각각 △해외 잠수함 창정비 △세계 5번째 잠수함 수출 △세계 8번째 잠수함 원천기술 확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3000t급 이상 중형잠수함도 독자 개발했다. 자체 기술력으로 중형잠수함을 개발한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인도, 러시아, 중국 그리고 한국뿐이다.

작년 하반기에는 한국 조선업계 최초로 미국 해군이 발주한 함정 MRO(유지·보수·운영) 사업을 연거푸 따내며 세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중소 조선사와 사업을 공동 수행하는 동반성장 모델까지 구축하고 있다. 이전 시도는 부산·경남 지역 1000여 기자재·부품 산업 생태계를 글로벌 MRO 시장을 이끌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성장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오션이 미해군으로부터 수주한 두번째 MRO 사업 유콘함이 거제 지역 중소조선소에서 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이 미해군으로부터 수주한 두번째 MRO 사업 유콘함이 거제 지역 중소조선소에서 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특수선 분야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당장 1087억 원을 들여 특수선 제4공장을 신축 중이다. 이 공장은 스마트 크레인, 반자동 폴딩 플랫폼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해 생산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인다. 게다가 기상 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전천후 작업 환경이 조성돼 공기 단축과 함께 고품질 대형 블록 생산도 가능해진다.

이를 토대로 올해 상반기 중 발표 예정인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프로젝트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앞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2개사를 KDDX 건조 능력을 갖춘 방산업체로 지정했다. 방위사업청은 내달 사업분과위원회에서 사업 방식을 심의한 뒤 4월 중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 25일 방사청과 양사가 ‘함정 수출사업 원팀 구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만큼 국내 사업에서도 ‘공동개발’을 위한 ‘원팀’을 꾸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출형 함형 개발 공동 투자, 기술 결집을 통한 개발기간 단축, 분할 건조로 수출형 함정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KDDX 사업 공동개발을 통해 국내 최고의 함정 기술이 집대성된 명품 이지스함을 개발한다면 해외 함정 시장에서 명품 함정 수출국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초, 최대 FLNG 셸 프렐류드. 부산일보DB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초, 최대 FLNG 셸 프렐류드. 부산일보DB

■삼성중공업, 2025년 키워드 ‘절대 강자 FLNG’

삼성중공업 반등의 핵심은 해양플랜트다. 해양플랜트는 깊은 바다에 매장된 원유나 가스를 해상에서 탐사·시추·발굴·생산 하는 설비다. 고도화된 기술과 첨단 설비가 필요해 조선기술의 총아로 불린다. 그중에도 최고로 치는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 시장의 절대 강자가 바로 삼성중공업이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한 뒤 이를 정제하고 LNG로 액화해 저장한 뒤 하역까지 수행할 수 있는 복합해양플랜트다. 가스 운송용 파이프라인을 추가 설치할 필요가 없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데다, 생산 비용으로 제약이 따랐던 원거리의 군집형 가스전에서부터 대형 가스전까지 다양한 가스 자원 개발이 가능하다.

설치 해역에 맞게 설계, 제작해야 하는 만큼 다양한 해양플랜트 설비 중에도 가장 비싸다. 보통 기당 3조 원 이상으로 고부가 상선인 LNG 운반선 10척과 맞먹는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단 9기가 발주됐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5기를 삼성중공업이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코랄 술 FLNG. 부산일보DB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코랄 술 FLNG. 부산일보DB

2017년 세계 최초로 건조된 FLNG ‘셸 프렐루드’를 비롯해 2020년 페트로나스 두아, 2021년 아프리카 최초 심해용 FLNG ‘코랄 술’까지 모두 삼성중공업 작품이다. 이중 셸 프렐루드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 FLNG다. 자체 중량 26만t, 길이 488m로 세우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555m)에 버금간다. 그리고 지난 26일 4번째 ‘PFLNG TIGA’ 진수식이 열렸다. TIGA는 선체 길이 281m, 폭 64m, 깊이 32m로 면적만 놓고 보면 국제경기가 가능한 축구장(105m×68m) 2.5배 크기다.

이런 기술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은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전략과 혁신을 향한 노력의 산물이다. FLNG는 고난도 설계와 시공 기술을 요구하는 만큼 이에 따른 수익성도 높다. 반면 글로벌 에너지시장 수요에 변동이 큰 취약점도 존재한다. 실제 저유가 시대가 길어지며 해양플랜트 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이로 인한 경영위기를 겪는 와중에도 삼성중공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생산 역량을 꾸준히 강화했다.

특히 ‘디지털 트윈’(현실 세계 사물을 가상 공간에 똑같이 구현하는 기술)을 통해 설계와 시공 과정을 최적화하고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사전에 방지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여기에 세계 유일의 조선∙해양 LNG 통합 실증 설비도 갖췄다. 이는 LNG 생산부터 운송, 저장, 공급에 이르는 ‘LNG 밸류 체인(Value Chain)’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설비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건조를 마치고 출항하는 페트로나스 두아 FLNG. 부산일보DB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건조를 마치고 출항하는 페트로나스 두아 FLNG. 부산일보DB

이런 적극적인 투자와 과감한 시도는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LNG 수요 폭증으로 FLNG 시장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발주 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삼성중공업엔 더할 나위 없는 호재인 셈이다.

에너지 대전환 시대도 긍정적이다. 삼성중공업은 기존 석유 가스 중심 해양산업 기술을 친환경 에너지 개발로 확장하고 있다. 암모니아, 수소 기반 에너지지 설비 개발에도 적극 나서며 해양산업 시장에서 친환경 전환을 이끌고 있다.

이처럼 꾸준한 기술혁신으로 조선산업의 미래를 준비하고, 시대 흐름에 발맞춰 친환경기술과 디지털 전환으로 경쟁력 강화하는 삼성중공업의 도전은 조선과 해양 간 균형을 유지하면서 급변하는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포트폴리오 전략인 평가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시장 니즈를 충족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선구자로 글로벌 조선 해양업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산업 리더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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