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얀트리 화재 “작업 불똥이 보온재에 옮겨 붙어 시작”…화재 감시자 없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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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오전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현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 불이 난 B동 1층.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달 14일 오전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현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 불이 난 B동 1층.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작업자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공사장 화재는 작업 불똥이 배관 보온재에 옮겨붙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화기 작업 현장에는 화재 감시자가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화재 당시 없었으며, 화재 감지기와 통로 유도등 등 소방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경찰청은 지난달 14일 발생한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호텔 앤드 리조트’ 신축 공사장 화재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현장 감식 결과를 6일 공개했다.

부산청 형사기동대는 “B동 지상 1층 PT룸(배관 관리·유지·보수 공간) 작업에서 발생한 불똥 등에 의해 지하 1층 상단부 배관 보온재 등을 매개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배관 보온재는 발포 폴리에틸렌이라는 난연성 물질이다. 지상 1층의 불똥이 어떻게 지하 1층 발화로 이어졌는지, 작업이 용접이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경찰은 또 지상 1층과 지하 1층 불이 난 주변 현장을 점검해 설계 도면과 비교한 결과, 화재 감지기, 통로 유도등, 시각 경보기 등 소방시설 다수가 설치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화재 감시자도 없었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규정에 따라 화재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할 때는 화재 감시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화재 감시자는 화기 작업장 옆에 있으면서 불똥이 어디로 튀는지, 가연성 물질에 튀었는지 등을 살피고 그에 따른 대응 업무를 한다.

불이 번지는 속도를 늦춰 대피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해야 할 스프링클러의 작동 여부도 중점 수사 대상이다. 경찰은 “스프링클러는 72도 이상의 열을 감지하면 마개 등이 터지면서 물이 분출되는 형태로 작동하는데, 이들 마개는 터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소화수가 나왔는지, 밸브가 잠겼는지 열렸는지 등은 수사하고 있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18일과 25일, 지난 4일 등 모두 세 차례 시공사인 삼정기업과 인허가 기관인 기장군, 감리업체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10여 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고 출국금지된 인원은 그보다 더 많다”면서 “다만 입건되거나 출국금지된 이들 중 공무원은 없다”고 말했다.

화재로 인한 사망자 6명은 모두 지상 1층 엘리베이터 부근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은 8층 등 각 층에서 작업하던 이들이었는데 자재를 가지러 지하층에 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길에 1층에 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1층 CCTV가 화재로 타 버려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엘리베이터로 연기가 들어차자 1층으로 탈출하기 위해 내린 것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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