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낙구 (주)대성테크윈 대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하는 사업장엔 우리 손길 닿아 있어"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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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룸·공조기 분야 전문기업 운영
2003년 창업… 올해 22주년 맞아
부산·경남 주요 업체 프로젝트 진행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

성낙구 (주)대성테크윈 대표는 성낙구 (주)대성테크윈 대표는 "산업이 고도화되면 클린룸은 반드시 성장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의약품, 우주항공 등 첨단산업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에어샤워로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거나, 하얀색 작업복을 입은 직원이 생산·연구하는 모습. 그곳이 바로 ‘클린룸’이다. 클린룸은 먼지 발생·유입·유보를 최소화하고, 온도·습도·압력 등을 제어한다. 극도의 청정도를 요구하는 산업 분야에서 필수다. 먼지나 이물질이 묻으면 제품의 성능이 떨어지고 불량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대성테크윈은 부산·경남 지역 클린룸과 공조기 분야 선도 기업이다. 오는 11일이면 창립 22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남 김해시 상동면에서 대동첨단산업단지로 사업장을 확장 이전했다.

대성테크윈 성낙구 대표는 2003년 업계에 뛰어들었다. 34세의 젊은 나이였다. “비전이 보였습니다. 산업이 고도화되면 클린룸은 반드시 성장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일만 준비했지 회계라든지 그런 걸 전혀 몰랐어요. 업체에서 계산서를 끊어 달라고 하길래 그제야 사업자등록증을 냈을 정도였죠.”

화학공학을 전공한 성 대표가 공조 분야에 처음 관심을 가진 건 여수에서 군 생활을 할 때였다. 여수산단에 방문했다가 그쪽 일이 괜찮다는 말을 우연히 듣고는, 그때부터 공조냉동기사 자격증을 공부해서 취득했다.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근무하던 회사에서 클린룸을 짓게 되면서부터다. 이후 클린룸 전문 대기업과 중견기업으로 옮겨 10년 가까이 근무했다.

꿈과 자신감을 가지고 대표가 됐지만 ‘젊은 나이’는 걸림돌이 됐다. “대기업에 오래 근무한 사람들이 납품업체를 차리는 경우가 많아 대표들 나이가 많았거든요. 그때는 어떻게 하면 나이 들어 보일까 고민했습니다. 속된 말로 ‘민증’을 잘 안 깠어요. 지금은 오히려 젊게 보이려고 애쓰고 있어요. 스마트함을 어필해야 하니까요.”

대성테크윈은 산업용 클린룸과 바이오 클린룸을 주로 제작한다. 효성중공업, SNT모티브, 메가젠임플란트, 볼보건설기계, LG전자 창원공장, 디오임플란트, 리노공업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업체들 대부분에 대성테크윈의 손길이 가 있다. 최근에는 의료기기 등 바이오 분야 수요가 많다.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임플란트나 피부미용 산업이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 대표는 “이 일이 재미있는 건 같은 제품을 찍어내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생산 제품, 업체 규모, 면적, 직원 수 등에 따라서 설계가 다 달라지거든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처럼, 매일 바위를 저 산 위에 올리겠다는 마음이에요. 일만 보면 지금도 재밌습니다.”

대성테크윈은 연간 30개 가까운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성 대표는 “지금까지 두 번 부도를 맞아 봤다”며 “초창기인 2004년에 겪은 부도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경북 구미시의 대기업 1차 협력업체가 결제 대금을 어음으로 주더라고요. 5000만 원짜리로 네 장을 주는데, 상환 기간이 15일이었어요. 3장은 금고에 두고 1장만 은행에 유통했는데 부도가 나 버렸어요. 집에 가니 셋째를 임신한 아내와 두 아이가 자고 있더라고요. 일어설 수밖에 없었죠. 그 어음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 어려울 때 꺼내 보면서 ‘이럴 때도 있었는데’ 마음을 다잡아요.”

직원 복지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재작년부터 매출 1%를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옛날 아버지들이 노란 월급봉투를 받으면 통닭 한 마리 사가던 추억이 그리워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1.2% 저리로 대출도 해준다.

성 대표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애쓰고 있다. 청년 일·경험 지원사업에 참여해 인력을 채용하고 있고, 매년 기술사관육성사업으로 우수한 엔지니어를 배출하고 있다. 성 대표는 청년들에게 “일자리가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알찬 중소기업들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또 “성공을 꿈꾼다면 부가가치가 높은 것을 생각하라”고 했다. “중국 테무나 알리 제품이 항공으로 오는 시대에 물량으로 이기기는 힘듭니다. 아주 고도의 기술이나 남들이 꺼리는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분야든 남들보다 한두 시간만 더 열심히 하면 1등 할 수 있어요. 뒤따라오는 이들을 지켜보면서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글·사진=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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