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LX 700h’, 오프로드 주행 ‘탁월’
4세대 국내 출시…LX시리즈 첫 하이브리드
바디 온 프레임 구조…오프로드 주행 최적화
바윗길, 언덕길, 경사면, 수로 등서 안정적 주행
도로주행은 다소 안정감 떨어져…차값도 부담
렉서스 ‘디 올 뉴 LX 700h’의 바윗길 주행모습.렉서스코리아 제공
렉서스코리아는 플래그십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디 올 뉴 LX 700h(이하 LX 700h)’를 지난 17일 국내 출시했다. 4세대 모델이지만 국내에선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으로, LX시리즈로는 첫 하이브리드카다.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 하이브리드가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국내 시장에서 대형 하이브리드도 과연 판매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지난 18일 강원도 인제와 춘천 일대에서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LX 700h 시승회를 가졌다. 시승 모델은 4인승 VIP와 5인승 오버트레일, 7인승 럭셔리 등 3가지 가운데 7인승 럭셔리다.
이 차는 온로드·오프로드를 넘나드는 ‘어떤 길에서도 편안하고 고급스럽게’라는 콘셉트로 개발됐다. 실제 차량 내부장치나 기능들을 살펴보면 온로드보다는 오프로드에 무게중심이 더 실려있는 듯한 느낌이다.
오프로드 시승은 렉서스코리아가 3개월에 걸쳐 인제에 마련한 LX 오프로드 파크에서 이뤄졌다. 총 연장이 3km에 이르는 코스로 진흙길, 도강, 바윗길, 통나무장애물, 경사면 주행, 모굴(울퉁불퉁 둔덕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오프로드 주행에 앞서 ‘트랜스퍼 레인지 셀렉트’를 누른 채로 ‘L4(로우레인지)’로 세팅했다.
차량은 전날부터 시승날까지 계속된 눈으로 질펀해진 진흙길을 무난하게 지나 개천에 다달았다. 이날 개천 깊이는 450~500mm였는데, 바퀴가 3분의 2 정도 잠긴 상태에서 수압을 이겨내면서 약 50m에 달하는 개천을 통과했다. 이 차의 최대 도강능력은 700mm이다. 배터리가 뒷좌석 아래에 있어서 침수 위험이 있지만 방수처리를 꼼꼼하게 했다고 한다.
실내의 12.3인치 센터디스플레이는 오프로드에선 MTM(멀티터레인모니터)으로 활용됐다. 이 모니터는 전면·측면·후면에 있는 4대의 카메라를 통해 노면 상황을 보여준다. 특히 주행 차량의 바퀴 위치를 모니터에 표시해주기 때문에 오프로드 주행시 많은 도움이 됐다. 전방시야가 제한돼 있는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에선 이 모니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했다.
직경 50cm 안팎의 바위가 울퉁불퉁하게 깔린 바윗길에선 ‘크롤’ 버튼을 눌렀더니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이는 바위에서의 휠 슬립(타이어 미끄러짐)을 억제하도록 하는 기능이다.
통나무로 된 장애물 구간에선 차량의 흔들림은 있지만 ‘바디 온 프레임’(프레임 위에 차체를 조립한 것) 섀시(뼈대) 덕분에 비틀림시 나는 ‘찌그덕’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시승에 동행한 김진수 인스트럭터는 “바디 온 프레임 차량은 일반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어진 사면경사로. 이 코스에선 30도 경사로 설계돼 있는데 이날은 안전을 위해 25도 정도로 주행했는데 안정적으로 전진했다. 이 차의 최대 안전각도는 44도다.
이어진 45도 기울기의 언덕경사로에선 크롤 기능을 누르고 3단계(시속 3km)로 세팅하자 차량이 가속·브레이크 페달 조작없이 스티어링 휠(운전대)만으로 안정적으로 올라가고 내려갔다.
마지막으로 회전반경을 줄여주는 ‘턴어시스트’ 기능을 체험했다. 크롤 기능 선택 후 턴어시스트 버튼을 누르고 스티어링 휠을 우측으로 끝까지 돌렸더니 제동이 걸린 운전석쪽 뒷바퀴를 제외한 3개의 타이어가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국내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의 첫 전기차 ‘G580’의 ‘G스티어링’과 비견되는 기능이다.
이 차에 탑재된 능동형 차고 조절 서스펜션은 주행 환경에 따라 승차 높이를 차량이 자동으로 또는 운전자가 수동으로 차고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오프로드에 적합한 유압 방식으로 에어서스펜션 대비 높은 내구성과 빠른 반응속도가 장점이다. 승·하차 모드 설정시 승·하차때 차량의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총 4단계 설정이 가능하며 최저 27mm 하향, 최고 103mm 상향할 수 있다. 또한 서스펜션은 주행 중 차량 속도, 트랜스퍼 케이스, 주행 모드 선택에 따라 자동으로 차량 높이를 조정한다.
렉서스 야마네 고타 섀시 담당 엔지니어는 “각종 험로에서의 주행을 위해 접지성이 뛰어난 리지드 서스펜션을 채택했고, 차고제어와 스프링 높낮이 변경, 감쇠력(댐핑) 제어 등 3가지 기능을 갖춘 AHC(액티브 하이트 컨트롤)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인스트럭터는 “이 차가 처음 개발때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은 게 휠베이스(앞뒤바퀴 축간거리) 2850mm인데, 언덕길이나 모글 주행때 하부접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황금비율”이라고 설명했다.
렉서스 ‘더 올 뉴 LX 700h’ 내부.렉서스코리아 제공
이어진 인제에서 춘천까지 약 70km의 도로주행을 통해 온로드 성능을 체험했다. 이 차는 최고출력 415마력을 포함해 시스템 총출력 464마력에 최대토크 66.3kg·m의 힘을 내는 3.5L V6 트윈 터보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를 갖추고 있다. 뛰어난 엔진 성능을 갖추고 있지만 시속 100km 이상의 고속주행에선 거친 모터음이 다소간 들려 불쾌감을 줬고, SUV 차량에서 나타나는 좌우로 흔들리거나 기울어지는 롤링 현상도 느껴졌다. 바디 온 프레임 구조도 영향이 있는 듯했다. 차량 하부도 사륜구동치고는 탄탄한 느낌이 약했다. 실연비는 공인 복합연비(8km/L)와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이날 시승한 럭셔리 모델은 차값이 7인승 럭셔리 1억 6797만 원이다. 차값으로 보면 경쟁 모델은 BMW ‘X7’, 메르세데스-벤츠 ‘GLS’로 보이지만 이 차들은 도심주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다소간 차이가 난다. LX 700h는 오히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경쟁 모델에 가까운 편이다.
이 차에는 또한 고급차에 주로 장착되는 에어서스펜션이 없다. 트림별로 1억 6587만~1억 9457만 원인 차값도 다소 부담스러운 편이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