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 권한 남용? 정당한 행사?
직무 범위에 명확한 규정 없어
통상 대통령 인사권 행사 자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권 행사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후폭풍이 이어진다. 특히 권한대행 권한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이냐를 두고 위헌 논란이 불가피해 향후 헌법재판소의 ‘9인 체제’ 유지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권한대행은 8일 대통령 몫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여야 합의가 안 돼 임명이 보류됐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면서 헌재는 ‘9인 체제’ 완전체를 이뤘다. 헌법에 따른 재판관 정원은 9인으로 대통령·대법원장·국회가 3인씩 지명·선출하며, 최종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거나 권한 행사가 불가능할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에 대해 헌법상 명확한 규정은 따로 없다. 다만 통상적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소극적으로 행사할 뿐, 헌법재판관 임명 같은 대통령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자제해 왔다.
한 권한대행의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적극 행사했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 논란을 불렀다. 대법원장이 지명하거나 국회가 선출한 후보를 임명하는 것과 달리, 대통령이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것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은 임명했지만, 대통령 몫이었던 박한철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헌법학계에서도 한 대행의 재판관 지명을 두고 “권한 남용”이라고 반발했다.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헌법학자회의)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및 헌법재판관 임명은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직접 부여받은 대통령이 갖는 헌법상 고유 권한인 헌법재판관 지명권과 국가기관 구성권으로서, 이는 권한대행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헌법상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를 명시해 두지 않은 만큼 한 대행의 지명을 법리상 위헌으로 규정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오는 18일 2명의 재판관 퇴임을 앞두고 후임자 지명을 하지 않으면 ‘7인 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 권한을 적극 행사한 것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이날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한 대행의 지명을 두고 “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지난번 최상목 대행이 이미 논란의 여지가 있는 국회 몫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했기 때문에 논란이 일단락이 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권한대행의 지명권 행사를 막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은 이날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률적 대응을 검토하겠다”(한민수 대변인)고 밝혔으나 법학계에서는 ‘탄핵 카드’ 외 한 총리의 지명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는 경우 권한 당사자는 대통령이지 국회가 아니기 때문에 권한 침해 당사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