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산시, 진화위 권고사항 이행하라”… 거리 나선 영화숙 재생원 피해자들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는 9일 오전 11시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와 부산시가 진화위의 진실 규명 결정에 따른 권고 사항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 제공
영화숙·재생원 피해자들이 국가와 부산시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와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의 권고 사항이 하루빨리 이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 폭력을 묵인한 과거에 대해 국가가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는 9일 오전 11시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와 부산시가 진화위의 진실 규명 결정에 따른 권고 사항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영화숙·재생원은 1950~1970년대 부산에서 운영된 집단수용시설 중 하나다. 이곳에서 강제 수용, 강제 노역, 구타, 가혹 행위, 성폭력, 시신 암매장 등이 자행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진화위는 지난 2월 ‘영화숙·재생원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 결정을 내리며 국가에 △공식 사과 △장기적 치유 대책 마련 △암매장 유해 발굴 △법 개정을 통한 실질적 구제 △기록물 전수 조사 등을 권고했다.
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권과 명예 회복의 출발점은 온전한 사과에서 시작돼야 할 것이다. 피해 생존자들은 수십 년의 침묵을 깨고 진실을 말하고 있다. 이제 정부와 부산시가 응답해야 한다”며 “고령이며 신체적, 심리적으로 매우 취약한 피해 생존자들이 국가 배상 소송을 해야만 하는 현실은 2차 피해를 초래한다. 정부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배상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해 발굴을 촉구하기도 했다. 협의회는 2022년 10월부터 피해 생존자를 자체적으로 발굴하거나, 매년 부산 사하구의 피해 사망자 암매장 추정 지역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협의회는 “폭력과 방임 속에 사망한 이들의 유해는 여전히 땅에 묻혀 있다. 유해를 발굴해 그들의 존엄을 회복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고 밝혔다.
국제 사회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지난해 ‘제6차 고문방지협약 최종 견해’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에 시설 수용·과거사 피해 생존자의 구제 보장을 권고했다.
피해자들은 진화위의 활동 기간 연장을 촉구하기도 했다. 영화숙·재생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진화위는 다음 달 26일 조사 기간이 만료된다. 협의회는 “아직 진화위 조사를 받지 못한 피해 생존자들이 많다”며 “진화위 조사는 계속 돼야 하고 그 역할은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