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만난 임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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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콘체르트하우스 대극장 내부. 이상훈 제공. 빈 콘체르트하우스 대극장 내부. 이상훈 제공.

1913년에 개장한 빈 콘체르트하우스(Wiener Konzerthaus)는 빈 3구 로트링거슈트라세에 있다. 1870년 완공된 뮤지크페어라인과는 불과 4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어째서 한 도시에 불과 한 세대만에 콘서트홀이 추가로 필요했을까? 뮤지크페어라인(Musikverein)을 무대로 활동하는 빈 필하모닉의 경우는 빈 악우협회(Gesellschaft der Musikfreunde)에 우선적으로 티켓이 돌아간다. 현재까지도 이어오는 전통이다. 그래서 빈에서 빈 필하모닉 티켓을 구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빈 콘체르트하우스 대극장 외관. 이상훈 제공. 빈 콘체르트하우스 대극장 외관. 이상훈 제공.

하지만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는 빈 심포니의 경우는 누구나 언제든지 공평하게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모두를 위한 콘서트홀’이 모토이기 때문이다. 1933년부터 빈 시의 지원을 받고있는 빈 심포니의 역할 또한 그러하다. 1890년 지금의 자리에 음악축제를 위해 다목적 건물을 짓기로 계획했는데, 뮤지크페어라인 보다 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문화적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었다. 처음 계획은 복수의 공연장, 아이스 스케이트장, 자전거 클럽이 포함되었고, 올림픽을 염두에 둔 메인 야외 경기장은 4만 명을 수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획은 축소되었고, 빙상장과 몇 개의 건물만이 남게 되었다. 야외 경기장 부지는 현재 인터컨티넨탈호텔이 들어서 있는데, 처음 계획의 부지가 얼마나 넓었는지 알 수 있다. 1913년 프란츠 요제프 1세 황제가 참석한 가운데 콘서트홀이 개장했고, 빈 심포니의 갈라 콘서트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곡과 베토벤 합창이 연주되었다. 전통과 현대의 공존이라는 빈 콘체르트하우스의 정신은 개관연주부터 드러난 셈이다. 빈 필하모닉과 빈 심포니는 지금껏 빈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해마다 여름이면 각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호스트 오케스트라로 활동하고 있다.

빈 콘체르트하우스 공연을 마친 뒤 커튼콜에 화답하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이상훈 제공 빈 콘체르트하우스 공연을 마친 뒤 커튼콜에 화답하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이상훈 제공

매번 빈 심포니의 연주에 맞추어 방문했던 빈 콘체르트하우스. 이번엔 피아니스트 임윤찬 리사이틀에 맞춰 찾았다. 흥미로운건 애초에 마오 후지타, 게릭 올슨 등과 함께 700석 규모의 모차르트 홀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삽시간에 매진시킨 임윤찬의 티켓 파워는 결국 날짜를 바꾸어 1865석 대극장에서 공연하기에 이른다. 마침 25/26 시즌 프로그램이 발표되었는데, 빈 콘체르트하우스 대극장에서 예정되어 있는 피아노 리사이틀은 안드라스 쉬프, 마르타 아르헤리치, 루돌프 부흐빈더, 그리고리 소콜로프가 라인 업에 있다. 약관의 임윤찬이 어느새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뜨거웠다. 빈 콘체르트하우스의 음향은 명불허전, 이미 음향이 좋기로 정평이 난 뮤지크페어라인 못지않다. 이날 임윤찬이 들려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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