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200조”, ‘3·4·7’ ‘3·4·5’… 기시감 느껴지는 경제 공약 경쟁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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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두고 이재명 100조 vs 한동훈 200조
‘3·4·5’ ‘3·4·7’…과거 747·474 유사한 비전 반복
이준석 “AI 투자, 전형적인 포퓰리즘 경쟁” 비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경선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경선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6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이 잇따라 경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 100조~20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대규모 공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내용 면에서는 과거 정부의 ‘747’, ‘474’식 성장 프레임을 반복하는 데 그쳐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는 AI 분야에 1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정부가 민간 투자의 마중물이 되어 AI 예산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며 “K-이니셔티브에서 K-AI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GPU 5만 개 이상 확보, 국가 AI 데이터 클러스터 구축 등 인프라 확충도 함께 약속했다. 이 후보를 지원하는 민주당 싱크탱크 ‘성장과통합’은 이날 국회에서 출범식을 열고, ‘3·4·5 전략’(연 3% 성장, 수출 4대 강국,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예비후보는 이보다 더 큰 규모인 200조 원 투자 계획을 내놨다. 그는 지난 15일 공약 발표에서 “AI 혁명이 시작된 지금이 기회”라며 “의료, 국방,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전략 분야에 집중 투자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이를 통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중산층 비율 70%를 달성하겠다는 ‘3·4·7 비전’도 함께 내걸었다.

민주당 김경수 예비후보도 이날 경제 공약을 발표하고, AI 주권 확보와 산업 전환을 목표로 5년간 100조 원 규모의 민관 공동 투자를 제안했다.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산업별 AI 혁신 프로젝트, 국가전략기술기금 50조 원 조성을 포함해 5대 권역 메가시티, 연구중심대학 설립 등의 지역균형 발전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예비후보 역시 100조 원 규모 AI 투자와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이처럼 각 후보들이 유사한 시기에, 유사한 구조의 공약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차별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100조 원 혹은 20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 ‘3·4·5’나 ‘3·4·7’과 같은 숫자 기반 비전 제시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표 공약인 ‘747’, ‘474’와도 닮아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연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 진입을 뜻하는 ‘747 공약’을 내세웠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를 계승해 ‘474 비전’(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으로 맞받았다. 이번 대선에서도 경제 비전의 차이보다는 같은 주제를 놓고 경쟁 구도만 부각되는 과거와 유사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조기 대선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대선 경쟁이 시작되면서 각 후보들이 AI와 같은 화제성 있는 소재에만 집중해 급조 공약을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다른 후보들 역시 앞다퉈 ‘경제 우선’을 내세우지만 공약의 숙성도와 현실성이 돋보이기 보다는 타 후보와의 경쟁 양상이 두드러져 보이는 상황이다.

개혁신당 대선 주자인 이준석 후보는 이같은 흐름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AI는 민간 투자 촉진이 핵심인데, 정부가 무상으로 투입하겠다는 건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100조 원 이야기 나오니까 200조 원으로 받아친 건 더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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