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표 확보해야"…오세훈에 앞다퉈 손 내미는 국힘 대선주자들
김문수·안철수·홍준표 등 오 시장 정책 수용
중도 확장 노린 ‘오세훈 러브콜’ 본격화
‘한덕수 단일화론’엔 선 긋기 나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16일 서울시청을 차례로 방문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회동했다. 왼쪽부터 이날 회동을 마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오 시장, 안철수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이 6·3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잇따라 만났다. 수도권과 중도층에서 소구력을 지닌 오 시장의 정책과 지지 기반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제기된 ‘반(反)이재명 빅텐트론’이 동력을 얻지 못하자, 당내 경선에 집중하는 흐름으로 무게추가 옮겨가는 분위기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문수 예비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오 시장과 조찬 회동을 갖고 디딤돌 소득, 서울런, 약자 동행지수 등 서울시 주요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김 후보는 회동 직후 “오 시장의 대표 정책을 대선 공약에 반영하겠다”며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는 중앙정부의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예비후보도 이날 오 시장과 오찬을 함께했다. 그는 “오 시장의 ‘약자와의 동행’은 제가 공약한 ‘안심복지’와 유사하다”며 오 시장이 자신에게 “정치적 스탠스가 가장 비슷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정책 자료가 담긴 USB를 전달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한 나경원·유정복 예비후보도 이날 오 시장과 각각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예비후보는 전날 오 시장과 만찬을 진행했다. 홍 후보 캠프에 따르면 오 시장은 정책 자료가 담긴 USB를 전달하며 “꼭 성공해달라”고 당부했고, 홍 후보는 “공약을 그대로 받아 실천하겠다”고 응답했다.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이 연달아 오 시장과 접촉하는 배경에는 중도층 확장을 위한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과 중도층 유권자에게 영향력을 지닌 오 시장과의 친분을 드러내고, 정책을 공유하며 당내 경선과 본선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국민의힘은 이날 제21대 대선 1차 경선 진출자로 8명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경선 체제에 돌입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양향자 전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 8명을 경선 후보로 확정했다. 강성현 전 국회의원 후보자, 김민숙 전 서영대 초빙교수, 정일권 전 민족통일촉진본부 홍보실장은 서류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런 흐름은 경선이 본격화되는 와중에, 당 안팎에서 제기돼 온 ‘반이재명 빅텐트론’이 주자 간 입장 차로 동력을 잃는 것과 맞물려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유승민 전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더불어민주당 출신 이낙연 전 총리 등이 통합 대상으로 거론됐지만, 실질적인 연대 논의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 대행의 출마와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주요 경선 주자들은 선을 긋는 분위기다. 홍준표 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한 대행의 무소속 출마설은 당내를 흔들려는 술책”이라며 “그분은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동훈 후보도 “몇몇 의원들이 정치공학적으로 사람을 고른 것일 뿐”이라며 “누가 그런 권한을 줬나”라고 반박했다. 나경원 후보 역시 SBS 라디오에서 “지금은 관세 전쟁 문제 해결에 집중할 시기”라며 한 대행의 출마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당 안팎에서는 한 대행이 윤석열 정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외연 확장 효과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오 시장을 중심으로 한 정책 연대와 수도권·중도층을 겨냥한 확장 전략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평가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