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신사복 입기 운동에 나머지 인생 바칠 것”
이영재 ‘당코리 테일러’ 회장
부산 중구·롯데호텔 등서 50년간 한 길
부산 1세대 테일러로 ‘백년이어가’ 장인
‘디자인 박사’로 올바른 착장법 홍보도
최근 아너 가입·2000년부터 장애인 후원
옷은 자신의 거울이자 표현 커뮤니케이션
단순히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체 구조를 완벽하게 알아야 멎진 옷을 만들 수 있다는 철학으로 인체 구조를 완벽하게 알기 위해 목욕탕 때밀이를 하는가 하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남성의 멋을 창출키 위해 머리 스타일과 구두 제조기술까지도 배웠다.
그의 노력은 양복 디자인과 착장 코디 의전 등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통하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화제의 주인공은 신사복의 명가로 전국적 명성을 쌓은 부산 토종 브랜드 ‘당코리 테일러’의 이영재(78) 회장이다.
“부산의 당코리(우리말 단골이의 변형)를 세계 명품 브랜드로 육성해 올바른 착장법을 정착시켜 한국 남성을 세계적 신사로 가꾸어 가는 것이 꿈입니다.”
이 회장은 50여 년간 3차례 부산 중구 남포동과 부산진구 서면 롯데호텔부산 1층에서, 지금은 롯데호텔 서문 건너편에서 당코리를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부산지역 1세대 테일러’이다. 그는 남성복 분야의 독창적이고 트렌디한 기술 개발로 부산의 복식문화 선진화에 공헌해 왔다.
당코리는 부산시와 (재)부산디자인센터가 선정한 백년장인 공동브랜드 ‘백년이어가’ 기업이다.
1947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이 회장은 부산에서 재단 기술을 배웠으며 1969년 부산 1세대 테일러로 시작해 단순한 옷 한 벌이 아닌 명작을 만들며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인정과 사랑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1일 당코리 테일러에서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부산사랑의열매) 부산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가입식을 가졌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랑의열매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액 기부자 클럽으로 1억 원 이상 기부 또는 1년에 2000만 원씩 5년간 기부를 약정할 경우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성금 1억 원을 기부 약정해 부산 아너 381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그의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은 장애인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시작됐다. 사실 이 회장은 수십 년 간 양복을 재단하며 먼지가 날리는 좋지 않은 환경 탓에 얻은 폐질환으로 수술을 3차례나 한 중증장애인다. 2019년에는 간암으로 항암치료도 받았다. 장애에 대한 고통을 알기 때문에 평소에도 장애인 단체에 기부를 하고 장애인들에게 양복을 지원하는 등 여러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당코리 테일러를 운영하며 많은 사람에게 받은 사랑에 감사하며 사회에 보답하고 싶다”며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며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 6일 (사)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회장 강충걸) 제7회 장애인 행복나눔 시낭송대회에 후원금 1000만 원을 전달했다.
그는 2000년부터 장애인통일염원국토순례, 장애인 가족사랑 나눔대상, 해병대 병영 체험, 장애인 전국 시낭송 대회 등 장애인 관련 행사에 후원해 오고 있다.
이 회장은 “긴 세월 옷감을 만지며 얻은 직업병으로 폐수술을 3차례 받은 중증장애인으로, 장애인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어 후원하게 됐다”며 “장애인을 위하는 강충걸 회장의 긴 노고에 감사드리며 장애인을 위해 더 많은 후원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제2회 전국 장애인 행복나눔 시낭송 경연대회’의 대회장을 맡았다. 이 행사는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와 (사)시읽는 문화(이사장 김윤아)가 문화복지 사업 목적으로 장애인의 표현 능력과 자신감을 향상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는 언제나, 어디서나 남 앞에 나서길 꺼려한다. 지난 50년간 묵묵히 맞춤 양복을 만드는 데만 집중해왔다. 그가 고심 끝에 장애인 시 낭송 경연대회의 대회장과 후원을 하는 데는 숨겨진 이유가 있다. 중증장애인이기도 한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감과 이해를 통해 서로 보듬을 수 있고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부산 지역 1세대 테일러’인 이 회장은 시와 그림에도 관심이 많다. 틈틈이 시 습작하고 그림도 그리며 감성을 유지하고 있다. 집에 있는 서재에 문화 예술, 철학 관련 서적과 그의 작품도 많이 가지고 있다. 그의 당코리 샵에도 계절별로 그림을 바꿔 분위기를 밝게 한다.
테일러로 평생 살아온 그는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하늘의 옷감’이란 시를 가장 좋아한다. 고객에게 항상 좋은 옷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그의 마음과 시의 내용이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내게 금빛 은빛으로 수놓은/하늘의 옷감이 있다면,/밤과 낮과 어스름한 저녁으로 짠/푸르고 흐리고 검은 옷감이 있다면,/그대 발 아래 깔아드리련만/가난한 나는 꿈밖에 가진 것 없어/그대 발 아래 이 꿈을 깔아드리오니,/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하늘의 옷감’ 전문).
이 회장은 또 <신사복 미학>, <옷은 사람이다> 등 저서를 냈다. 1990년대 <부산일보>에 ‘패션 이야기’ 칼럼도 연재했다. 그는 50여 년간 남성복 분야의 독창적이고 트렌디한 기술 개발로 부산의 복식 문화 선진화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39회 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부산시민상 ‘애향 본상’을 받았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패션쇼, 한·아시안 정상 초청 패션 위크 등 부산시의 영화도시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했으며, 수십 년간 소외계층과 장애인 사회인식 개선 등 사회복지 실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1969년 재단사로 출발한 그는 몸에 편하고 건강에도 좋은 최고의 신사복을 만들기 위해 연구와 개발을 계속해 와 ‘디자인 박사’가 됐다
그의 양복에 대한 지론은 특이하다. 그는 젊은 시절 사람의 몸을 완벽하게 알기 위해 한때 목욕탕 때밀이까지 했다. “팔다리 길이나 허리 굵기, 가슴 둘레, 목 굵기만 재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뼈나 근육의 구조는 물론 피부 상태까지 고려해야 좋은 옷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남다른 노력 덕에 그는 양복 디자인은 물론 양복 착장, 코디네이터, 의전 등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통한다.
여기에다 남성의 멋을 최대한 창출하기 위해서는 헤어 스타일과 신발의 모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발과 구두 제조기술도 배웠다.
이 같은 그의 열정 때문에 오늘날 ‘당코리’는 국내는 물론 일본, 미국, 중국, 호주 등 외국에서도 옷을 지어 달라는 주문이 올 정도로 유명 브랜드가 됐다. 지금까지 그가 지은 양복은 20만여 벌. 최고의 양복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느라 그동안 그에겐 휴일도 없었고 세 자녀들의 입학식이나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그에게 부경대학교는 2015년 ‘40년 양복장이’로 신사복에 열정을 쏟아 패션 산업 발전에 기여해 온 공로로 명예 디자인학 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1969년 재단사로 처음 양복업계에 발을 내디딘 뒤 76년 당코리 테일러를 창업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는 젊은 시절 일부러 목욕탕의 때밀이까지 해가며 뼈와 근육은 물론 피부 상태에 이르기까지 인체 구조를 면밀히 파악해 우리 몸에 편하고 건강에도 좋은 최고의 신사복을 만드는 데 힘써 왔다.
이미 이 회장이 제작한 당코리 신사복은 국내는 물론 일본 미국 등 외국에서까지 주문이 올 정도로 유명세를 타는 브랜드가 됐다.
이런 그는 그동안 부산양복협회와 부산디자인협회 회장을 맡아 양복디자인계 발전에 기여하고 국제기능올림픽 양복부문 출제위원과 2002년 아시아올림픽 유니폼 담당위원으로 후학양성에 힘쓰기도 했다.
이밖에도 그는 한국양복입국 100주년 기념 패션쇼 등 각종 패션쇼에서 옷의 미학과 의식에 맞는 착장 규정을 알리는 일에도 노력해 왔다.
이 회장은 2018년에는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제25회 통일염원대행진 및 충무공 이순신 정신을 이어받는 해병대 병영체험을 했다.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유격기초훈련장에서 장애인들과 해병대 병영체험을 했다. 해병대 복장을 한 장애인들과 15m의 높이의 타워에서 줄 하나만을 의지해 지상에 착지하는 헬기레펠 훈련을 체험했다. 그는1200여 명이 참가한 장애인·해병대 장병 어울림 한마당 대축제에서 ‘긍정의 힘’ 주제 강연을 했다. 그는 “장애인들만을 위한 이번 대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며 “시 낭송으로 서로 따뜻하게 소통할 수 있고, 마음과 정서를 공감하며 고통이 행복으로 승화되는 마법 같은 아름다운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통일염원대행진은 1991년 8월 한라산 등반을 시작으로 백두산, 설악산, 금강산 등을 행진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과 화합, 남북 통일을 기원하며 시작된 행사다. 2018년 해병대 병영체험, 2017년 경남 통영 충무공 유적지탐방, 2016년 해군사관학교 병영 체험 등의 연장선이다.
그는 2020년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부설 영혼이춤추는도서관에 장애인 자기 계발 도서 1000권을 기증했다. 또 장애인 가족 사랑나눔 대상 시상식에 후원했다.
앞서 2013년 부산 장애인들의 이동권 향상과 취업 및 생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장애인운전재활센터에 운전 시뮬레이터 1대를 후원 기탁했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1200여 명의 장애인들이 무료로 운전교육을 받았다. 지난해 5월에 장애인 운전면허 취득 교육 전국 최초 500명 달성을 했다. 면허를 취득한 장애인들 중에는 부산 지역에서 시내버스를 운전 등 160여 명이 취업에 종사하고 있다.
“옷은 자신의 삶을 보여주는 거울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나아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시적으로 전달하는 매체 역할도 합니다.”
그는 한국 남성이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젠틀맨으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올바른 양복 입기' 운동에 나머지 인생을 바치고 싶다고 했다.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기자 shgang@busan.com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기자 sh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