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지역화폐, 블록체인에서 해답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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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홍열 비댁스 대표·변호사

지역화폐는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고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난 몇 년간 전국적으로 확산해 왔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자생적으로 회복시키고, 대형 유통망에 집중된 소비 흐름을 분산하려는 목적을 가져왔다. 그러나 실효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예산 의존적 구조, 낮은 사용 편의성, 관리의 비효율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의 지역화폐인 ‘동백전’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도입 초기에는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국비 지원 축소로 인센티브가 줄고, 단순히 대체 결제 수단이라는 점 외에 지속 가능한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한계로 드러났다. 캐시백 한도와 비율도 축소돼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에게 장점을 잃어가고 있다. 확장성과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지역화폐는 결국 일시적 정책 수단으로 소모될 우려가 있다.

몇 년간 확산 속 실효성 논란 이어져

예산 의존 구조로 지속 가능성 의문

블록체인 접목해 투명성·효율성 강화

수익형 지역화폐 모델로 진화도 가능

스마트 계약으로 정책 목표 정밀 구현

전국 연계 디지털 네트워크 기반 마련

이제 지역화폐는 단순한 종이 쿠폰이나 예산 보조형 전자화폐의 수준을 넘어, 지속 가능한 디지털 경제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 해답은 바로 블록체인 기술에 있다. 블록체인은 분산원장 기반 기술로, 거래 내역의 투명성과 보안성을 동시에 제공하며 중앙 서버 없이도 신뢰 기반의 네트워크 운영이 가능하다. 이를 지역화폐에 접목할 경우, 부정 사용 방지, 실시간 정산, 스마트 콘트랙트에 의한 자동화 정책 집행 등 다양한 기능을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지역화폐는 본질적으로 막대한 자금이 사전에 예치되는 구조다. 이 자금을 시중은행이나 정책 금융기관과 연계해 안전자산에 투자한다면, 자금의 활용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 일부를 지자체 재정에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단순한 재정 지출을 넘어, 수익형 지역화폐 모델로 진화할 수 있는 것이다.

결제 인프라 측면에서도 블록체인은 기존의 전자결제대행(PG)사 기반 시스템을 능가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할 경우 결제와 정산이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 자금 회전율이 높아지고 상인들은 빠르게 대금을 회수할 수 있어 유동성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스마트 콘트랙트를 통해 특정 업종 한정 사용, 기한 내 사용 유도, 소비 인센티브 지급 등 정책 목적에 맞는 설계를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 이는 단순 행정 편의성을 넘어 지속 가능한 소비 유도 체계를 기술적으로 가능케 하는 기반이 된다.

한편,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 기반 지급결제 시스템은 지역화폐의 발전 방향과 맞닿아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으로, 지역화폐가 스테이블 코인의 구조를 응용하면 결제 안정성, 확장성, 국제 연계 가능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구조가 갖춰진다면, 지역화폐는 더 이상 지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부산이 보유한 풍부한 문화·관광 인프라와 연계하면,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환전이나 세관 신고 없이 지역화폐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관광 수요와 소비가 자연스럽게 연계되고 동백전의 사용 범위와 실질적 유용성이 확장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부산은 아시아 최고의 항만 인프라를 가진 도시이기도 하다.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화폐가 무역 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 부산은 디지털 무역 금융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도 갖고 있다.

지역화폐가 지닌 큰 한계 중 하나는 지정된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은 서로 다른 시스템 간의 연결과 상호운용성에 강점이 있다. 이를 활용하면, 각 지역에서 발행한 지역화폐를 하나의 공통된 디지털 네트워크처럼 연계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부산의 지역화폐를 일정 조건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는 마치 각기 다른 은행의 ATM이 상호 연동돼 어느 지역에서든 인출과 이체가 가능한 것과 같은 개념이다. 지역화폐 간 ‘디지털 환전’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가 마련되면, 지자체 간에는 수수료 분담이나 혜택 공유에 대한 협약을 통해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으며, 나아가 전국 단위의 상호 연계된 디지털 지역화폐 네트워크로 발전할 수 있다. 이처럼 기술과 제도가 함께 뒷받침된다면 지역화폐는 단순한 지역경제 활성화 수단을 넘어 분산형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지역화폐의 한계를 반복하며 머무를 시점이 아니다. 기술과 정책, 금융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지역화폐를 새롭게 디자인할 시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블록체인이 있다. 지역경제의 디지털 대전환, 이제는 실험이 아닌 실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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