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대선 보도, 평균 이상이라는 착각
이화행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누구나 쉽게 콘텐츠 생산·유통 시대
가짜 정보 검증 언론 책임 더 커져
공익 부합 보도 내놔야 독자 신뢰
미디어 제 역할해야 민주주의 작동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언론의 전통적인 역할과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언론은 더이상 유일한 정보 제공자가 아니다. 다양한 채널로 뉴스와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 지금, 언론의 정보 독점력은 약해졌고, 그만큼 신뢰도도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보가 넘치는 만큼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고, 언론의 책임은 더욱 커졌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은 몇 초 안에 기사 형태의 문장을 만들어 내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생산한다. 그러나 AI가 학습하는 데이터는 편향될 수 있고, 그 결과물도 왜곡된 정보를 담을 수 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뉴스처럼 퍼질 경우 시민들은 진짜 기사와 혼동하게 되고, 이는 언론 전체의 신뢰를 위협한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단순한 뉴스 생산자를 넘어, 정보를 검증하고 공공의 이익을 지키는 감시자 역할을 더 엄격히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언론사들은 스스로가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들의 보도가 더 공정하고 더 영향력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평균 이상 효과’(better than average effect)라고 부르는데, 개인이나 조직이 실제보다 스스로를 더 우수하다고 믿는 낙관적 편향을 말한다.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예컨대 대선 보도에서 자사의 특정 후보 검증 보도는 공정하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언론의 유사한 보도는 편파적이라고 비판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이러한 태도는 외부의 정당한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언론 전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자기 확신은 내부의 품질 관리 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언론사들이 보도 전이나 후에 기사에 대한 검토 절차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그 절차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미 잘하고 있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자신이 실제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객관적인 자료와 외부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성찰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통령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은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정치적 선택의 과정이며, 이 시기에 언론은 유권자와 정책, 후보자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실의 선거 보도는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층적인 검증 보도보다 자극적이고 빠른 뉴스가 우선되고, 정책보다는 말실수나 여론조사 수치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갈등을 키우는 방식의 보도는 오히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언론이 가져야 할 공공성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같은 보도 행태는 언론의 신뢰는 물론이고 공적 담론의 질을 저하하고 민주주의의 질을 떨어뜨리는 구조적 원인이 된다.
선거 보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언론 내부의 자정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선거 보도를 흥미 위주의 소비재로 다루는 관행에서 벗어나, 유권자의 선택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언론사는 다양한 정치적 관점을 균형 있게 반영하고,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유권자들의 의견까지 담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언론은 단순한 정보 전달자를 넘어, 시민이 민주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공론장의 설계자가 될 수 있다.
결국 저널리즘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진실과 공공성을 실현하는 데 있다. 진실성, 독립성, 공정성, 투명성과 같은 저널리즘의 기본 가치는 상황이 바뀌더라도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 특히 선거와 같은 중요한 보도에서는 이 원칙들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이는 언론의 자존심이 아닌 민주사회의 신뢰를 지키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는 일은 단순히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시민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한 실질적인 사회적 장치다. 언론은 이러한 원칙을 실천함으로써 진정한 공적 기관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언론의 사명은 결국 자기 확신이 아니라 자기 성찰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는 평균 이상’이라는 자만을 내려놓고, 지금의 언론이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검토해야 한다. 어떤 정보가 시민에게 유익한지, 어떤 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할 때, 언론은 시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보다 단단한 기반 위에서 작동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