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고교생 흉기 난동에 본인 포함 7명 부상…교육당국 "대응 논의"(종합)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흉기 난동을 부려 학교 관계자 등 다수가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28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0분께 청주의 A 고교에서 2학년 B(18) 군이 휘두른 흉기에 교장, 환경실무사, 행정실 주무관이 가슴·복부 등의 부위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청주 하나병원과 천안 단국대병원 등지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으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교육대상인 B 군은 이날 특수학급 교실에서 상담교사와 대화를 나누던 중 복도로 나와 마주친 학교 관계자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B 군과 상담을 진행하던 상담교사도 큰 충격을 받아 호흡곤란 등을 호소,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B 군은 교내 난동 뒤에도 학교 밖으로 나와 배회하던 중 마주친 주민 2명에게 위해를 가했고, 인근 공원 저수지에 뛰어들었다가 119구급대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가해학생 B 군은 경계선 지능 학생으로 지난해 특수교육 대상자로 입학해 특수학급에 배치됐다가 올해 완전통합 재배치 차원에서 일반학급에서 공부했으며 상담 등 특수교육 서비스도 받아 왔다.
충북도교육청은 이날 사건이 알려진 뒤 "수업이 시작된 이후 사건이 발생해 현장을 직접 목격한 학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교내 안전을 위해 오늘 교육과정은 7교시까지만 운영하고, 학부모들에게도 안내 메시지를 통해 상황을 알렸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가해) 학생이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특수선생님과 상담할 일이 있어서 1교시임에도 (본인이 속한) 일반교실로 안 가고 특수학급으로 등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상담이 예정돼 있던 것은 아니고, (1학년이던) 지난해 특수학급에 있을 때 담임교사였고 사이가 상당히 좋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상시 정상적인 생활을 했던 학생"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B 군의 난동 이유에 대해 "경찰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조사하고 있으니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수사 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B 군은 이날 오전 8시 33분 특수학급으로 등교했다.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당시 특수학급에 다른 학생들은 없었다. 학교 측이 B 군의 흉기 난동 신고를 119와 112에 한 것은 그로부터 3분 뒤로 파악됐다. 현재 B 군은 병원을 거쳐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돼 있다. 경찰은 우선 B 군을 살인미수 혐의로 입건하는 한편 그의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 조만간 사건 경위 파악을 위한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경찰은 범행에 쓰인 흉기를 압수하는 등 현장 조사를 마쳤고, 복도에 있던 CCTV도 확보했다. 특히 B 군의 가방에서 다수의 흉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져 계획범죄 여부와 함께 상담 중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특수학급서) 상담 중에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가해 학생이) 갑자기 복도로 나왔고, 교장 등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밖으로 나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교원단체들은 학생과 교원을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충북교총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충격적인 폭력행위가 발생한 데 대해 너무 안타깝다"며 "다쳐서 치료 중인 교직원들과 충격을 받았을 학생들이 조속히 치유·회복되고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모든 지원을 다 해달라"고 당국에 촉구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은 특수학급·통합학급·특수학교 교사에게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경우일 뿐"이라며 "사건의 원인과 특수교육의 실태를 면밀히 살펴 학생과 교원의 교육활동, 안전을 보호하는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법·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 역시 "이번 사건은 교원에 대한 안전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 주는 것"이면서 "도교육청을 비롯한 관계 기관이 빠르고 정확하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교육 당국도 학교 안정화 등 사건 수습에 나서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위중한 일이 학교에서 발생해 매우 안타깝고, 피해를 본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교실 등에 비상벨 설치 등의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안전한 학교가 되도록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윤건영 충북도교육감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정확한 경위와 원인 분석을 하고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위중한 사건이 발생하게 돼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현장의 교직원과 시민 등 피해를 당한 모든 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또 이 부총리는 "교육부는 현장 교사, 전문가들과 함께 이번 사안의 발생 원인 진단과 대응 방안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라면서 "교육부를 비롯한 교육계는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교육 현장의 모든 구성원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학습과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